신체가 좀 불편해도 막상 그 불편함 때문에 그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살게 된다.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가족까지도......

신체의 불편함으로 할 수 없는 일을 부탁할 땐 참 기가 차기도 하고 관심이 어이가 없을 때도 가끔 있다.

지난 16일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복지관 주차장에 승용차를 주차한 후에 뒤 트렁크에서 물건을 옮겨 실으려고 조그만 상자를 가슴에 안고 차 뒤편으로 이동했다. 자동차 주차 시에 스토퍼 역할을 하는 주차장 스토퍼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였다.

팔꿈치와 무릎과 손목이 심한 상처를 입은 참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다치고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우선 몸을 일으켜야겠는데 도무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 누구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전화기를 차에 두고 내렸기에 전화도 할 수가 없어서 참으로 난감했다. 넘어진 채로 팔꿈치로 겨우 기어서 차 곁으로 갔으나 손잡이를 잡을 수가 없었다.

장애의 슬픔이 일어난다. 이런! 확실히 장애가 있구나? 순간 서럽고 마음이 아프다. 넘어진 채로 사람이 지날 때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생각으로 마음을 달랜다.

마침 지나는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 일어나서는 옷을 바르게 입고 승용차를 이용해 아주대 병원으로 갔다. 의사의 지시로 사진을 찍고 타박상 외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서 집으로 돌아 왔다. 집에서도 집사람의 꾸중이 평소의 몇 십 배로 야단이다. 힘이 드니, 그만하자는 말로 꾸중이 멈춰지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무릎과 손목을 다친 것 때문에 샤워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 겨우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 샤워를 마쳤는데 또 다른 일이 일어났다. 아내가 그만 훌쩍거리고 울기 시작하며 넋두리 까지 섞어가며 신세 한탄이다.

아내는 ‘몸도 불편한 사람이 성한 사람 보다 몇 배 더 움직이고 생활하니 평소에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더 신기하다나 뭐라나.’사람의 기를 꺾는다.

그렇게 잘못했나? 순간의 사고인데, 마음이 착잡하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바른 몸이 되어 지난날처럼 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보지만 별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다. 무릎은 영원한 불편을 안아야 하고 암 또한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 한다는 의사의 얘기이고 보면 더 이상 기대를 말아야 할 것 같고, 오호! 통재라. 오호! 애재라. 그러나 이기자. 우리의 바람은 일할 수 있는 날까지, 사는 날까지 건강한 마음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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