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날, 거리가 사뭇 조용하기만 하다. 왜 그럴까? 종전에는 웬만한 상가나 집 앞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를 쉽게 봤는데 성탄절의 기분이 통 나지 않는다. 길거리의 상인을 향해 물어봐도 ‘과거의 성탄절과는 판이하게 조용하다’고 말했다. 매출이 예전만 못하다. 경기가 너무도 위축되었으니 말이다. 종전에는 이곳저곳에서 크리스마스 캐 롤이 울려 퍼져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마음이 상쾌하였다. 눈이라도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면 훨씬 더 진한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나라가 많이 위축되어 모든 사람이 힘이 없고 나약해 보이는 듯하다. 그래도 어김없이 교회나 성당은 예수 탄생을 알리고 축하하며 밤늦도록 축제가 이루어졌다.

24일 밤에서 시작하여 다음 날, 수많은 교회와 성당은 1년 중 가장 화려하고 기분 좋은 성탄을 축하하였다 수원의 한 교회에서 본 성탄 전야제는 온통 어린이의 축제였다. 곱게 차려입은 분장, 조명과 음향이 조화를 이룬다. 유아부, 어린이부에서부터 중고등부와 청년부, 오늘은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하다. 특색 있는 순서에 따라 아이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1부가 있고 2부, 3부까지 있다. 푸짐한 산타크로스의 선물이 있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요즈음은 선물이 흔해 웬만한 선물로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 앞에 선 꼬마들, 인형과도 같은 어린이들, 부모님은 내 아이가 출연할 때마다 숨을 죽이며 살피며 사진을 찍었다. 온 가족이 이렇게 행복한날이 없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동원되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벌써 이 땅에 평화는 찾아 왔다. 지도교사는 한 동작이라도 틀리지 않게 하느라 앞에서 연신 동작을 만들어 낸다. 꼬마 사회자가 나서서 인사를 하고 멘트를 할 때는 장내는 온통 웃음과 격려 그리고 박수로 떠들썩하다.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출연하는 모습은 엄청 다르다. 드라마, 빠른 율동과 격렬한 리듬의 춤, 참으로 감성도 풍부하다. 음악성 역시 매우 뛰어나다. 어쩌면 연기력이 그렇게 좋은지 모른다. 대사의 모방과 창법이 기존 배우보다 못 하지 않다. 매스컴의 절대적인 영향인 듯하다. 레퍼토리도 매우 다양하다. 창의력이 좋아 만들어내기도 잘 했다.

한편에서는 깜짝 2일 찻집을 운영했다. 앞으로 있을 해외에서의 선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청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컵라면을 비롯하여 보통 2천원이 기본이다. 그래도 가격이 좀 비싸도 모른 척 하고 사 준다. 임시 카페를 꾸미고 장식을 하느라고 또 음료의 재료의 운반에서부터 세팅까지 준비하느라고 아마도 며칠은 잠을 설쳤다. 피곤이 역력하지만 목표가 분명하기에 그래도 끝까지 해낸다. 이것도 일종의 창업 정신이다. 어린 학생들에겐 큰 경험이다. 어떻게 하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까? 고심이 되기도 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성탄절이라고 들떠 거리로 방황하거나 유흥가를 맴돌며 탈선하는 사례도 있지만 그래도 이곳에서 이런 좋은 일을 하니 참으로 기특하기도 하다. 박선영 양은 대학생이다. “매년 하는 행사지만 이번에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한다. 동생과 함께 “봉사하는 일이기에 너무나 보람되고 특히 성탄 전야이기 때문에 아주 이색적인 기분이다.”라고 말했다.

촛불예배, 0시에 드렸다. 촛불을 생각해 본다. 자신을 태워 밝게 비추는 것, 희생이 들어 있다. 어둡고 소외된 곳엔 빛이 필요하다. 억눌린 자, 갇힌 자, 포로 된 자, 그들에겐 자유의 빛이 필요하다. 아기 예수는 비천한 모습으로 그렇게 오셨다. 한 알의 밀알이 떨어져 썩지 않으면 결코 열매는 맺을 수가 없다. 이번 성탄은 좀 남다르면 좋을 듯하다. 분단의 아픔, 경제적인 심한 고통, 사랑에 목마른 자, 고뇌로 잠 못 이루는 사람, 특히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그들에게 진정한 평화가 임했으면 바란다. 용서하고 화해하고 화평의 마음으로 통 큰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바로 이것이 성탄이 주는 진정한 기쁨이다. 무대에서 천진난만하게 공연하는 어린아이의 그 마음이 곧 평화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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