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일)오후 2시에 신록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해 송강 정철선생이 읊은 “어버이 살아 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어버이 살아 신제' 시조와 노계 박인로 선생이 지은 “ 반중 조홍감이 고아도 보이 나다. 유자 아니라도 품음직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 세 글로 설워하나이다.” 조홍시가(早紅柹歌) 생각이 떠올라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에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을 찾았다.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는 담양은 무등산 북쪽 기슭과 맞닿아있고 전라남도 북쪽에 위치해 기름진 평야와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존·전승해 온 유서 깊은 고장이다. 대쪽같이 올곧은 선비정신을 이어 받은 조선시대 사림(士林)은 불합리하고 모순된 정치 현실을 비판하고, 자신들의 큰 뜻을 이룰 수 없음을 한탄하며 낙남(落南)하여, 이곳에 누(樓)와 정자(亭子)<면앙정, 송강정, 소쇄원,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 등 광주호를 경계로 광주와 담양이 갈라지는 이 일대>를 짓고 빼어난 자연 경관을 벗 삼아 시문을 지어 노래하였던 곳이다. 이들은 수신과 후진양성에 힘쓰다가 나라의 부름을 받아서는 충성하고, 국난이 있을 때에는 분연히 일어나 구국에도 앞장섰다. 조선시대 한문이 주류를 이루던 때에 국문으로 시를 제작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가사문학이 크게 발전하여 꽃을 피웠던 곳이 바로 담양이다.

담양군 창평면에 송강천 또는 청계천이라는 시내가 흐른다. 인근의 남면 지곡리(지실)에는 성산(星山), 즉 별뫼가 있고 고서면 원강리와 봉산면 유산리에 ‘송강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이 일대는 조선조 가사문학의 대가로 손꼽히는 송강 정철선생의 고향이다. 그가 고향에 내려가 별뫼의 푸르게 우거진 대나무 숲과 송강천의 맑고 깨끗한 물줄기를 바라보며 읊었던 <성산별곡(星山別曲)>,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등은 그의 소탈한 성품과 더불어 천부적인 자질이 별뫼의 별처럼 빛나게 해주어 오늘에 이른다.

▲ '피리부는 목동' (송강 정철의 작품 '성산별곡'에 나오는 구절에 따라 조각)상.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고 한국가사문학관 입구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가사문학관건립비”가, 왼쪽에는 석가산을 갖춘 연못도 있고, 물레방아와 팔뚝만한 잉어도 있지만 한 가닥의 물줄기를 내뿜는 분수가 있어 생동감이 넘친다. “세심 정”, “자미정”이라는 정자가 있어 누정의 고을 담양의 멋을 더욱 느끼게 한다. 연못 옆에는 송강 정철의 ‘성산별곡’에 나오는 구절에 따라 조각한 “피리 부는 목동”상과 한국가사문학관 본관 한 편에는 “명창 박동실 기념비”도 있다.

한국가사문학관 본관 1층 벽면에는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과 속미인곡”등 의 대표적인 가사가 서예작품으로 대형 액자로 전시되었다.
“가사문학관 내부를 관람하기에 앞서 1층 영상실에 입실해서 가사문학에 대한 영상을 시청한 후, 전시실을 둘러보면 이해에 도움이 되므로 가능하면 관람하기를 권장한다.”고 입구에서 근무하는 안내자○○○는 설명했다.

▲ '한국가사문학관'의 전경

영상실 건너 편 제3전시실 앞에 가사나 대표적인 정자(환벽당, 식영정, 소쇄원 등)를 담은 글과 그림이 있다. 그리고 가운데 가사문학을 탁본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있다.

1층 제3전시실은 “눌재 박상의 영정과 문집”, “석천 임억령의 석천집”, “소쇄처사 양산보의 소쇄원도”, “하서 김인후의 하서 필적”, “서하당 김성원의 성산계류탁열도”, “제봉 고경명 유고집”등이 전시되었다.

2층 제1전시실은 “담양의 역사”, “가사문학의 산실 담양”, “면앙 송순(면앙정 현판, 면앙3 언기, 시호장, 교지, 분재기)”과 “송강 정철(저술과 유묵, 은배, 옥배)”등의 전시와 "가사(歌辭)란 고려 말엽부터 나타난, 시가와 산문 중간 형태의 문학. 형식은 주로 4음보의 율문(律文)으로, 3ㆍ4조 또는 4ㆍ4조를 기조로 하며, 행수(行數)에는 제한이 없다"는 설명이 전시되었다.

2층 제2전시실은 “소쇄원 전경”, “역대가사 작자 일람표(가사문학을 이해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준다.)”, 부녀자들이 지은 “규방가사”, 담양에서 지어진 “가사 18편(이서의 낙지가, 송순의 면앙정가, 정철의 성산별곡·관동별곡·사미인곡·속미인곡, 정식의 축산별곡, 남극엽의 향음주례가·충효가, 유도관의 경술가·사미인곡, 남석하의 백발가·초당춘수곡·사친곡·원유가, 정해정의 석촌별곡·민농가 및 작자미상의 효자가 등)”이 전승되어 담양을 가사문학의 산실이라고 부른다.

작가 미상의 “계녀가”는 시집가는 딸에게 친정어머니가 지어서 훈계하는 내용의 노래와 고려시대 나옹화상, 불우헌 정극인, 매계 조위, 난설헌 허초희, 노계 박인로의 작품 등이 전시되었다.

광명시에 살고 있는 권○○양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전하고, 충남 금산에 살고 있는 최○○양은 “송강 정철선생이 아닌 다른 학자를 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담양이라는 이름은 ‘못’을 뜻하고 영산강 유역에 4개 댐 중 2개 댐(광주호, 담양호)이 담양군에 있다는 지명유래의 역사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다양한 노래악보처럼가사문학의 역사가 있는 곳으로 많이 홍보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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