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픽사베이>

'사람은 누구나 죽음에 이르는 병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태연하게 누구나 잘 살아가고 있다.'

2015년 4월은 내게 커다란 전기를 마련해 주었다.

고난 주간 금요일 오후 예기치 못한 뇌출혈로 병원 주차장에 주저앉는 사고를 당해 119에 실려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게 되었다.

평소에 고혈압이나 당뇨가 전혀 없어 뇌졸중은 나와 별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생활했다.

차문을 잡고 서있는데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준좌하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웃옷에서 전화기를 겨우 찾아 전화를 하려는데 이게 웬일인가. 손발이 말을 잘 듣질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의 도움으로 병원 직원이 가져온 침대에 눕혀져 병원에 갔다. 그 병원 원장은 말하기를 큰 병원으로 빨리 가야된다고 119에 도움을 요청하고 앰뷸런스에 실려 아주대 병원으로 강제이송 되었다. 갑자기 주위의 의사들이 바빠지기 시작하더니 수액주사를 놓고 무슨 주사인가를 또 놓고, MRI와 CT 촬영을 하고는 응급실내 개인 중환자실로 보내어진다.

이상한 것은 이때까지 내가 전혀 정신을 잃지 않고 의식이 또렷하다는 것이다. 식구들이 몰려왔다. 그때부터 슬슬 졸리기 시작한다. 점점 잠을 참을 수가 없게 된다. 눈이 저절로 감겨지고 내 의식으로는 잠간 씩 잠이 드는 데 잠을 깨면 온 식구가 난리 법석이다. 막내며느리가 옆에 있어서 잠간 물어보았더니 눈을 뜨기 전에는 전혀 의식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얘기하는 중에도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눈이 저절로 감긴다. 막내가 사정없이 볼을 때리고 꼬집고 전에 안하던 짓을 내게 한다. 아내도 나에게 사뭇 협박조로 자지 말라고 말하고 의사도 자지 말라고 강요한다. 아무래도 참을 수가 없어 잠간 씩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되풀이 한다. 이럴 때마다 온 식구가 난리를 친다. 아내에게 물어봤다. 왜 잠을 자지 말라는 건지? 아내가 말하기를 잠을 자는 것이 아니고 전혀 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이다. 아! 이것이 죽음이구나!

그런데 그 죽음이란 것이 전혀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고 오히려 잠을 자는 것이 더 편하고 좋기만 하다.

더 자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또 잠이 들었다. 잠시 자고 일어났는데 아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다. 전부 놀라는 표정이 역역하다. 나중에 자세히 듣고 보니 그럴 만도 했다. 금요일 밤에 잠이 들어서 일요일 새벽에 잠에서 깨어났다는 것이다. 그도 아무 의식 없이, 혈압도 잡히지 않고 맥박도 없으니 모두가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장장 30시간 이상을. 그 긴 시간 동안 장례를 의논 했다고 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다.

참 내가 이상한 것은 그렇게 긴 시간이 내게는 그렇게 짧게 느껴졌을까? 하는 의문이고 내가 정말로 혈압도 안 잡히고 오실로 스코프에 파형도 나타나지 않는, 꼭 죽음을 연상하기 쉬운 그런 상태다.

이것은 내 큰놈(의사)이 그랬다고 얘기하니 안 믿을 수가 없다.

내가 호스피스 전문교육을 받으면서, 또 죽음 바로 앞에 있는 환우를 수없이 돌보고 얻은 죽음에 대한 정리를 조금 씩 하면서 감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고마운 생각이 든다.

전에는 죽음이 싫고 무섭고 외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환우를 돌보면서, “무서워하던 환우가 웃으며 잘 있어라, 곧 또 만나자, 화해하고 기쁜 인사를 하고 떠나는”것을 수없이 보아오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얻게 된 참 좋은 신앙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누구나 앓고 있는데 사람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 성자와 같이 거룩한 죽음을 죽을 수 없을 진데 우리 스스로 삶을 좀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요즈음 Well Dying에 대하여 모두 생각하고 공부를 하던데 Well Dying은 Well Being이 있으면 저절로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 우리 모두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의 삶을 더 충실하고 더 진실하게 살아 봄이 어떻겠는가?

저작권자 © 광교IT기자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