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지친 부산했던 여름을 뒤로 하고, 9월에는 작은 배낭 하나 메고 가족과 함께, 연인끼리, 시원하고 한가로운 그리고 기분좋은 섬여행을 떠나보자. 통영항에서 뱃길로 24km(1시간) 떨어진 연화도(蓮花島)는 부드러운 연꽃 향내와 용틀임의 거친 몸짓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섬이다. ‘바다낚시의 천국’이라는 연화도 선착장에 도착하면 낚싯대를 꺼내기 전에 신발끈 묶고 연화봉(212m) 산책에 나서는 것도 이런 아름다움을 먼저 만나려는 소박한 욕심 때문이다.
‘연꽃의 형국’인 섬의 한가운데 자리한 연화사는 쌍계사 조실인 고산스님이 1998년에 창건한 관음도량이다. 역사는 짧지만 기와를 포개서 쌓은 돌담과 8각9층탑 등이 어우러진 풍광이 제법 운치 있다. 향내음 그윽한 화심은 500여 년 전 연산군의 억불정책으로 피해온 연화도사, 그리고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영웅인 사명대사가 수행하던 토굴 자리라 한다.

바다에 핀 연꽃이라는 뜻을 가진 연화도는 멀리서 바라보면 꽃잎이 하나둘씩 떨어진 연꽃과도 같고 발톱을 웅크리고 있는 용과도 같은 연화도는, 연꽃의 부드러운 아름다움과 용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야누스 섬이다. 섬 전체가 기암절벽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특히 용머리해안 혹은 네바위섬이라 불리며 금강산 만물상을 연상시키는 동쪽 끝 바위군상이 압권이다.

연화도는 또한 통영권의 대표적인 낚시터이기도 하다. 여름에는 참돔, 돌돔, 농어, 가을과 겨울에는 감성돔과 볼락무리가 많이 잡혀 가히 낚시꾼의 천국이라 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연화사와 보덕암을 안고 있는 연화도는 불교순례지로서도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연화봉과 용머리 돌아보는 환상적인 5km 섬 탐방 코스

연화도는 이미 통영지구에서 이름난 해상관광지다. 그런데 몇년전에 이 섬에 도보탐방로가 새롭게 조성됐다. 이제 바다뿐만 아니라 섬 속의 산에서도 연화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섬은 크지 않지만 물 사정이 좋아. 동서로 3.5km, 남북으로 1.5km쯤 되는 아담한 규모에 본촌, 십릿골, 동두 마을 3개 부락이 형성되어 100여 가구 20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있다.

이 가운데 본촌 마을이 정기 여객선이 닿는 가장 큰 포구다. 산자락이 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분위기가 아늑하다. 초등학교 , 보건소, 통신사무소 등 연화도의 주요 시설물이 모두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포구 뒤편에 솟은 봉우리가 이 섬의 상봉 연화봉(212.2m)이다.

연화도의 기경은 이 본촌 마을 뒤 산 너머 남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다. 천길 낭떠러지를 형성한 바위절벽이 긴 해안선을 형성하며 연화도 특유의 풍광을 만들어낸다. 이 해안절벽은 육로로는 접근하기 어려워 주로 배를 타고 유람하게 된다. 하지만 탐방로 덕분에 가벼운 산행으로도 연화도의 비경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됐다.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절경의 섬 여행지

도로망이 좋아져 이제 전국 어디나 자가용 승용차로 당일에 못 갈 곳이 없어졌다. 하지만 먼 바다의 섬들은 여전히 예외다. 그래서 섬으로 향하는 배를 보면 뭔가 특별한 기분이 든다. 몸 속 깊은 곳에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르고, 한숨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흥분까지 찾아온다. 이런 감정은 어떤 여행이든 느낄 수 있는 것이지만, 대상지가 섬일 때는 그 농도가 훨씬 짙어진다.

연화도로 가려면 통영 여객선터미널에서 욕지호를 탄다. 하루에 3회 연화도를 거쳐 욕지도를 왕복하는 배로,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통영에서 연화도까지는 약 24km로 1시간 남짓이면 닿는다. 적당한 상상과 느긋함으로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문의전화: 통영시청관광진흥과(055-645-5374)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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