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어 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 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 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사랑받는 서정시인 김용택 시인의 시들은 시를 읽는 이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해주는 마력을 지녔나 봅니다.
11월의 노래를 읽다보면 애틋한 연애편지 슬쩍 엿보는 느낌이 듭니다.
올가을 유난히 빛나는 파란하늘을 올려다 본다거나 찬란한 단풍나무숲길을,
노오란 은행나무숲길을 혼자 거닐다보면 자꾸만 그리움이 사묻혀 눈시울이
붉어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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