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 2017년이 저물어 가고 황금 개를 뜻하는 2018년이 다가오는 이 때 겨울날씨이지만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는 12월8일(금) 정오시간이다. 시민의 관심과 보살핌에 운행하는 지하철 9호선 여의도 국회의사당 역 3번 출구로 나와 7분정도 켄싱턴 호텔까지 걸으면 큰 도로 건너에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있다. 맞은편 오성빌딩 1105호, 국제펜클럽한국본부가 있는 사무실에서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손해일이사장을 만났다.

▲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손해일 이사장의 모습

(사)국제펜클럽은 문학을 통하여 상호이해를 촉진하려는 국제적인 문학가 단체이다. 약칭하여 펜클럽이라고도 한다. 공식명칭은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Poets, Playwrights, Editors, Essayists and Novelists로, PEN은 시인(poet)·극작가(playwright)의 P, 수필가(essayist)·편집자(editor)의 E, 소설가(novelist)의 N을 가리키며, 전체로 펜(pen)을 의미하는 이니셜을 딴 것이다.

지식의 교류와 세계 작가들의 친목을 도모하는 일 외에도 펜 헌장에 따라 문필생활에서 정치·사상·신앙 차별을 부정하고 자유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한다. 정부로부터 고통 받고 박해 당하는 작가들을 보호·후원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그 동안 소외된 나라의 언어로 된 작품들을 번역하여 소개하는 작업을 후원한다. 문학상을 수여하고 정치·문학적인 주제로 회의를 열며 회보와 팸플릿을 발간한다.

한국은 1954년에 가입하였고, 1970년의 제37회와 1988년의 제52회 세계대회를 서울특별시에서 개최하였다. 특히 문학의 영원성과 가변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52회 국제PEN 서울대회 때는 100개국 대표, 제78차 국제PEN 경주대회(2015. 9)때는 114개국 대표가 참가하였다.

한국본부는 1954년 모윤숙(毛允淑)·주요섭(朱魔燮)·이하윤(異河潤)·김광섭(金洗燮)·피천득(皮千得)·이헌구(李野求) 등이 중심이 되어 창립되었고, 이듬해 6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제27차 국제펜세계대회에서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초대 이사장은 변영로, 부이사장은 모윤숙·(金基鎭), 사무국장은 주요섭이 맡았다.

국제펜(PEN)클럽 한국본부는 최근 임원선거에서 제35대 이사장으로 ‘손해일 시인’을 선출했다. 임기는 4년으로 손 시인은 1978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부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을 지내어 경력이 화려했다.

▲ 국제펜클럽이사장으로 당선하여 축하받는 모습

국제펜(PEN)클럽한국본부이사장 실은 국제적인 단체답게 글로벌한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고, 벽에는 역대 이사장들의 진영이 연대별로 걸려 있다.

▲ 가족에게 당선축하를 받은 손이사장의 모습

늦었지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장으로서 당선된 것을 축하합니다.   
어렵게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를 드립니다.

Q1: 시인이 되겠다는 계기와 동기는?

A1: 저는 전북 남원에서 2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초, 중학교를 수석으로 입학,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전주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고향에서는 수재라는 평판을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와 시작(詩作)에 소질을 보였는데, 몇 번의 백일장 장원이 저에게 기쁨과 보람을 주었습니다.특히 저는 어릴 때부터 아동도서는 물론 세계문학 전집이라든가 역사서적 등 어른들 책을 뜻도 잘 모르면서 닥치는 대로 읽는 독서광이었습니다. 당시 시골에는 워낙 책도 귀하고 책살 형편도 안 되다보니 학교 도서관 책은 물론이거니와 중학교 짝꿍 부친이 운영하는 시내 서점의 책들까지 많이 빌려다 읽었어요. 돌아보면 그때 다독 남독한 경험이 문인으로서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문학에 본격 입문한 계기는 그동안의 소소한 습작을 계속하던 중 서울대학교 대학 문학상 공모에 졸시 <꽃불>이 선정되면서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농협에 입사해 홍보실 농민신문 기자로 근무할 때에 박목월 시인이 『육영수 여사』 전기를 우리 신문에 연재했는데, 당시 제가 담당기자로서 1년 반 정도 원고를 받고 고료 전달을 하느라 매주 선생을 만났지요. 그 인연으로 졸 시에 대한 첨삭지도를 받고 『현대문학』에 추천도 약속받았는데 목월선생께서 작고하시어 뜻을 못 이루었어요. 그러다 『현대문학』의 자매지인 월간 『시문학』에 1977년 1차 추천에 이어 1978년 6월호에 <빛을 위한 탄주>가 문덕수, 이석 선생이 2차 추천하여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Q2: 시인으로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A2: 시가 생존의 필수품은 아니지만 인간의 생활을 윤택케 하는 빛과 소금역할로 조미료나 양념이라고나 할까요. 특히 “시(詩) 삼백(詩三百)이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사무사(思無邪): 시 삼백 수에 한마디로 사악함이 없다.”라는 공자님의 말씀이 혜안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시인은 시대를 앞서가는 예민한 촉각으로 세상을 밝히는 등대이며, 조잡한 언어의 광물덩이에서 보석을 빚어내는 연금술사이고, 수없는 담금질과 풀무질로 명검을 벼리는 언어의 도검장이라 하겠습니다. 그리하면 허튼 수작과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배격하는 올곧은 선비정신과 투철한 장인정신이 필수라고 봅니다. 현대사회에서 시인은 시대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안테나로서 위기에 앞장서거나 불의에 항거하기도 합니다.

Q3: 시집을 출간하고서 가장 인상적인 시집은?

A3: 2014년에 시집《떴다방 까치집》을 출판했습니다. 시의 주된 기능이 도덕적 기능과 교훈적 기능이라고 볼 때 그는 ‘시’에 독자들이 재미있게 빠져들어, 그 속에서 교훈이나 지혜까지도 얻을 수 있어야한다고 믿습니다. ‘떴다방 까치집’은 해학적 요소와 판소리 기능을 넣어 사회 현실을 풍자했습니다. ‘떴다방’은 우리나라의 현 부동산 문제를 까치집에 비유하고 풍자하여 풀어낸 시입니다.

Q4: 집필한 시집에서 가장 재미난 시 주제는? 그 이유는?

A4: 애착이 가는 몇 작품은 데뷔작으로 유신체제를 비판 한 상징시 ‘빛을 위한 탄주’, 백제왕인(王仁)박사 도일행적을 취재해 10년이 걸린 서사시 ‘왕인의 달’, 일본 히로시마 원폭 을 취재한 500행 다큐멘터리 장시‘그날의 핵 십자가’, 하이퍼 풍자시 ‘떴다방 까치 집’, 매미소리를 판소리 시극 형태로 구성한 ‘참매미 동편제’등입니다. 최근에는 물고기 연작 유머 풍자시‘新자산어보’시리즈를 시집으로 출간했습니다. 문학상은 서울대학교 문학상, 홍익문학상, 시 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참매미동편제’는 매미소리를 판소리 경연으로 풍자해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로 풀어냈습니다.

Q5: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으로서 업적과 재미나는 에피소드나 미담사례는?

A5: 업적은 모범 정관 개정(조직개편과 불합리한 조항 정비)과 중단 상태였던 협회 공식 홈페이지를 재정비·신설했고, 자본잠식 상태였던 협회 기금도 확충하고 대외적인 홍보에도 역점을 두었습니다. 또 젊고 유능한 신입회원들을 협회에 가입시켜 협회 분위기를 일신했습니다. 작년 4월에는 재미시인협회와 자매결연으로 미국에서 초청 특강을 하며 협회의 국제적인 입지를 다졌다. 8월에는 협회의 초대회장인 ‘미당 서정주 선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와 축제도 개최했습니다. 역대 이사장들이 간과했던 숙원 과제 등을 찾아내 열정적으로 추진했습니다.

 

▲ 해외에서 홍보하는 손이사장의 모습

Q6: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의 위상과 소임은?

A6: 국제PEN의 설립목적은 PEN헌장에 나와 있듯이 국가 간의 상호 문인교류와 친목, 정치권력으로부터 억압받지 않는 표현의 자유, 소수언어 보존 등입니다.
국제PEN은 1921년 영국 런던에서 여류 소설가 도슨 스코트의 제창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존 골즈워디를 초대회장으로 창립되었습니다. 현재는 전 세계에 154개의 펜 센터로 확대되었고 한국도 그중 하나입니다. 최근 한강 작가의 맨부커 상 수상에서 보듯 작품 번역의 중요성은 두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문학작품이 결코 세계수준에 뒤지지 않음에도 번역미비와 세계 독서시장에 홍보미흡, 체계적인 정부지원 부족 등 과제가 산적합니다.
그 일환으로 정부에서 5억 원의 지원을 받아 6개월을 준비한 끝에 제가 주관한 제3회 세계한글작가대회는 경주에서 9월12일부터 4일간 연인원 3천 명 정도가 참석한 성대한 국제대회였습니다. 그중 약500명 기념문집으로 한·영 대역으로 회원들의 대표작을 모아 시집(714p), 산문집(588p), 영문 판 선집(300p)을 발행했습니다. 한국문학 세계화의 초석으로 이것도 한국PEN 창립 이래 처음 하는 일입니다. 앞으로 노벨상추천권이 있는 각국 PEN센터는 물론 대사관, 영사관, 도서관, 큰 서점 등에 두루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PEN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서울시내 문학투어를 매년 8회 정도 해오고 있습니다. 기관지인 PEN문학은 격월간으로 6회 발간하고 있으며 앞으로 조직 활성화를 위한 정관개정, 지역위원회 개편 지원 등을 추진 중입니다.

Q7: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의 미래 관과 현재 주력하고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A7: 그동안 여러 단체 일로 소홀했던 작품 창작과 독서, 저서 집필에 주력해 신작 시집과 시 선집, 문학평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현대시인협회는 명예이사장으로 후선에서 돕고 있으며, 국제PEN한국본부는 현재 한국PEN의 국제적 도약과 위상 제고, 한국문학의 세계화와 번역시스템 강화, 조직개편, 회원들의 권익확대를 위한 획기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한국PEN은 6,25 직후의 폐허 속에서 1954년 9월15일 창립되었고, 1955년 비엔나 세계 총회에서 인준받기까지 이승만 대통령의 지원과 모윤숙 선생의 공이 컸다고 해요. 초대 변영로 회장부터 정인섭, 주요섭, 모윤숙, 백철, 전숙희, 문덕수, 김시철, 성기조, 문효치, 이길원, 이상문 이사장을 거쳐 제가 13번째인 35대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PEN의 회원 자격은 국적, 언어, 인종, 종교를 불문하고 저작물을 출간한 작가들인데, 한국PEN은 등단 5년 이상, 본인 저서 1권이상인 문인이 심의를 거쳐 정회원으로 입회합니다. 현재 한국 펜은 국내외 19개 지역위원회에 3,800명 회원이 있습니다. 특히 강조할 것은 매년 공식적인 노벨문학상 추천권이 154개 각국 PEN센터에 있으며, 한국PEN도 그중 하나라는 점입니다.

Q8: 시인 손해일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하면?

A8: 제 좌우명은 ‘삶에 대한 열정과 성실’입니다. 돈이 없어도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뭐든지 잘 이뤄집니다. 평소에도 걱정이 많은 스타일이 아닌데, 유복하게 성장해서가 아니라 역경과 고난의 삶을 극복하고 문학을 해가면서 다져진 자부심 등이 만들어낸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졸업 후 오일 쇼크 위기에 농협중앙회에 중견사원으로 입사 했는데 34년간 정년퇴직까지, 일선 근무, 조사부 리서치 업무, 금융기관의 지점장, 대학교수, 언론인 편집국장 등 여러 보직을 거치며 문학박사 학위도 취득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이런 경험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 이런 축적된 체험이 그동안 시 문학회장, 홍익문학회장, 서초문협회장, 현대시협회장 등 여러 문인단체를 운영하는데 실무능력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문화유적과 골동품, 문학의 공통점은 세월의 관록이 붙어야 더 빛이 난다며, 다양한 경험이 자신의 작품창작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손해일 이사장의 대담은 한편의 다큐드라마 같다.

한국 최고의 국제문인단체로서 국제PEN클럽한국본부 손해일 이사장의 역할과 활동이 한국문학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해주기를 기대해본다.

손해일(孫海鎰)시인/ 약력

* 1948년 남원 출생, 서울대 졸업, 홍익대대학원 국문과 석·박사과정 졸업(1991, 문학박사)

* 1978년 월간『시문학』 등단,

* 시집『흐르면서 머물면서』 『왕인의 달』 『떴다방 까치집』 『신자산어보』 평론집 『박영희문학연구』『<현대의 문학이론과 비평: 공저』『박종화 시 연구』『한국현대시와 심리비평』

* <서울대, 대학문학상> <홍익문학상> <시문학상> <서초문학상> <소월문학상> <서울대, 자랑스러운 상록인 대상>수상

* (전)농협대 교수, 홍익대 강사, 격일간<농민신문>편집국장·논설실장, 시문학회 회장, 홍익문학회 회장, 서초문인협회 회장, 한국문학비평가협회 부회장 등 역임

* (현)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한국현대시인협회 명예이사장(제23대 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서초문인협회 고문, 서울대총동창회 이사, 서울대농생대 동창회 상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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