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와 충성의 상징 개띠

인류는 선사시대부터 삶을 지키기 위한 원초적 본능으로 신앙미술을 창조했고 생활문화나 종교, 관념 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의미를 띠고 있는 동물상징을 많이 사용했다. 동물들은 원시시대 이래 인간에게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먹을거리이기도 했다. 그 힘은 노동력으로도 이용되면서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다. 한반도에서도 바위그림이나 동물벽화를 비롯해 토우, 토기, 고분벽화 등에 수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동물이 가진 강한 힘과 거대함은 그 동물이 주는 재해나 위험 등에 대하여 공포감과 범상치 않는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심리적 동기가 ‘무서운 존재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또는 지킴이의 동물신 으로까지 인식하게 된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은 의지할 대상이 필요했고 한 세계와 다른 세계를 이어주는 영매 열두 동물을 통해 신성에 다가가고자 했다. 십이지는 통일신라 이래 오늘날까지 이어 온 우리 민족의 끈질긴 신앙과 사상의 산물이다.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한편 불교조각과 교섭을 가지면서 강력한 호국의 방위 신으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의 왕과 귀족의 능묘에 조각장식된 십이지상은 세계에서 독보적 존재로,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자적인 양식과 형식을 전개하여 왔다.

개는 수렵·목양·경주·수색·애완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외에, 에스키모인·아메리카 인디언·아시아의 동북 및 시베리아의 북부지방 등에서는 썰매를 끄는 데 개가 이용되고, 티베트에서는 짐을 실어 나르는 데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개가죽으로 장구를 만들었고 꼬리로는 비를, 털가죽으로는 방한용 외투와 모자 등을 만들었다. 조선시대 중종 때의 전라감사 정엄(鄭淹)은 통신업무에 토종개를 이용하여 막대한 통신비를 절약했다고 한다.

중국·우리나라 등 동양의 일부에서는 식용으로도 이용하였다. 우리나라의 『동국세시기 삼복조에는 마늘을 넣고 삶은 개고기를 구장(狗醬)이라 하여 이것을 먹고 땀을 빼면 더위가 가시고 보신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 병후 회복에 삶은 개를 먹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식용으로는 노란개[黃狗]를 제일로 쳤고 그것도 수컷일수록 보신에 좋다고 여겼다.

황구로 빚은 술을 무술주(戊戌酒)라 하여 공복에 마시면 기력이 좋아진다고 하였다. 『동의보감』에서도 수캐고기는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보하고 피는 난산, 음경은 상중절양(傷中絶陽)과 음위불기(陰萎不起)를 다스린다고 하였다.

개는 사람에게 충실하고 의리가 있는 가축으로서 우리나라에는 충견설화가 많다. 경상북도 선산군 도개면 신림동의 의구총(義狗塚)과 의구비, 평안남도 용강군 귀성면 토성리와 평양 선교리의 의구총, 충청남도 부여군 홍산면 북촌리의 개탑 등은 화재로부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의 충직과 의리를 전하고 있다.

또, 전생에 사람이었던 자가 개로 환생하여 대우를 받으며 산다는 환생설화가 있다. 즉, 옛날 경주고을에 아들 딸 두 자식을 키워 시집·장가 보내느라 먹을 것도 못 먹고 세상구경 한번 못하고 죽은 최씨댁 과부가 개로 환생하여 자식들의 집을 지키며 살았다. 어느날 한 중이 와서 그 개는 바로 당신의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니 잘 먹이고 유람을 시켜주라고 하였다. 팔도유람을 마치고 경주집에 돌아오는 도중에 어느 장소에 도달하자 그 개는 발로 땅을 헤치면서 그 자리에서 죽었다.

최씨는 그곳에 개를 묻었는데, 그 무덤의 발복(發福)으로 최씨집이 거부가 되고 자자손손 부귀와 영화를 누렸다 하여, 지금도 경주의 최씨들은 그 무덤에 성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우리나라의 개에 관한 설화들을 보면 개를 인간과 상통하는 영감적인 동물로 보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개를 영감 있는 동물로 생각하였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개가 10년을 넘도록 살면 둔갑을 하는 영물이 된다 하여 늙은 개를 흉물시하고 기피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옛 선조들은 개도 상(相)을 보아 선택하였다고 한다. 노란개가 꼬리·귀·네 다리 또는 두 앞발 등이 희면 길상으로, 검은 개로 얼굴·두 앞발·두 귀 등이 희거나 몸 전체가 흑색인 개는 불행을 가져오는 악령을 잘 쫓는 것으로 생각했다.

노란개의 네 다리가 희거나 입 주둥이가 검거나, 또 흰개의 꼬리가 검거나 두 귀가 노랗거나 한 것은 흉상으로 여겼다.

개가 담 위에 올라가 입을 벌리고 있으면 그쪽 방향에 있는 집에 큰 흉사가 있을 것으로 알았다. 또, 지붕이나 담 위에 올라가 짖으면 그 집의 주인이 죽는 것으로 알기도 하였다. 개가 앞마당에서 이유없이 짖으면 경사의 조짐으로, 개꼬리에 지푸라기가 묻어 있으면 손님이 오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또한, 개가 풀을 뜯어 먹으면 큰 비가 오고, 떼지어 다니며 뒹굴고 기뻐하면 큰 바람이 불어올 징조라고 여겼다 한다.

개와 관련된 우리 나라의 속담은 여러 가지가 있다. 본래의 제 천성은 고치기 어렵다는 뜻으로 ‘개 꼬리 삼년 묻어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하며, 평소에 좋아하는 것을 싫다고 할 때에 ‘개가 똥을 마다 한다.’고 한다.

돈을 벌 때는 귀천을 가리지 않고 벌어서 값지게 산다는 뜻으로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고 하며, 보통 때에는 흔하던 물건도 필요할 때에 찾으면 드물고 귀하다는 뜻으로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것은 아무리 구차하게 살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사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좋지 못한 사람과 사귀면 결국은 좋지 못한 영향을 받게 된다는 뜻에서 ‘개를 따라가면 칙간으로 간다.’고 한다.

‘개발에 편자’라는 말은 격에 어울리지 않을 때를 일컬으며, ‘개밥에 도토리’는 여러 사람과 함께 어울리지 않고 혼자 외톨이로 돌 때에 하는 말이다.

못난 양반을 빗대어 ‘개 팔자 두냥반’이라 하며, 그 밖에도 ‘개도 나갈 구멍을 보고 쫓아라’, ‘개눈에는 똥만 보인다.’, ‘개고기는 언제나 제맛이다.’, ‘개구멍에 망건치기’, ‘개 보름 쇠듯 한다.’, ‘개 팔자가 상팔자’, ‘개 싸움에 물을 끼얹는다.’, ‘개 잡아먹고 동네 인심 잃고, 닭 잡아먹고 이웃 인심 잃는다.’ 등의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의 재래종 개로서 진돗개와 풍산개·삽사리 등이 있는데, 사냥용·호신용 등으로 개량의 여지가 있는 우수한 품종들이다. 이들은 문화사적으로 귀중한 가축이므로 육성·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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