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잡지 '사이다'를 아시나요?

틈새를 비집고 다니는 골목잡지 사이다 김낭자 기자l승인2018.05.07l수정2018.05.1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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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를 보면 사이가 보인다?

미술관에서 ‘골목잡지 사이다’를 보았다. 행궁동 골목길에서 사이다를 만났다. 조건 없이 들어갔다. 찾았다. 만났다. 골목잡지 사이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그물코였다.

골목골목에 무수한 발자국을 찍으며 진솔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알알이 엮어 나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 좌 - 골목잡지 박은영기획팀장, 우 - 최서영대표

틈새를 보면 사이가 보이고 사이를 보면 옛것이 보이고 옛것을 보면 뿌리가 보인다.

사이다는 수원의 사라져 가는 모든 골목에 발자국을 찍으며 꼭꼭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발로 뛴다. 그 이야기를 통해 이웃과 이웃 세대와 세대의 사이를 맺어주려고 한다.

이들은 수원의 골목과 골목사이 사람과 사람사이를 바람처럼 누비고 다닌다.

오늘도 사이다는 수원 사람살이의 행적을 따라 움직이고 이들의 행적을 책이라는 매개로 잘 꿰어서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흩어졌던 이야기는 역사와 문화라는 보석이 되어 쌓여가고 있다.

 

2012년 봄 남수동을 시작으로 수원 동내 골목 곳곳에 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진솔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엮어 ‘골목잡지 사이다 남수동’을 펴냈다. 이를 시작으로 2호 장안동. 3호 북수동. 4호 남창동. 5호 신풍동. 6호 교동. 7호 매향동. 8호 매산동. 9호 고등동. 10호 영화동. 11호 서둔동. 12호 세류동. 13호 호매실, 금곡동. 14호 남문통. 15호 지동까지 벌써 15호가 나왔고 16호(권선동)가 준비 중이다.

▲ 사무실 전경

반드시 그 동네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가게가 있다. 오랜 시간 쌓인 시간의 흔적들을 볼 수 있는 것은 그 동네에 있는 다방 뿐이다. 그들에게 파고 들어가 그 깊은 곳의 이야기를 끌어올려 우리에게 들려준다.

사이다는 개인의 이야기나 마을의 역사를 담는 기록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지나쳐 버린 것, 잃어버린 것들을 하나씩 담아낸다. 거기에는 따스한 시선이 어려 있고 사람과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사이다는 우리가 빠른 속도로 내닫다 지나쳐 버린 것들을 하나씩 길어 올려 우리들 곁에 앉히곤 속삭이듯 들려준다. 그들이 길어 올린 그것에는 따스한 시선이 어려 있고 그 시선 속에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가 담겨 있다.

거기에 한 사람 한 사람 모여 힘 보태기를 하면 그것이 우리가 밀고 나가야 할 미래의 밑거름이 되리라. 그리고 새로운 탈바꿈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그들은 오늘도 내일도 묵묵히 걸어간다.

그들의 발걸음에 찬사를 보내며 새로운 내일을 기대해 본다.

▲ 잡지사 전경

2012년 봄 남수동을 시작으로 수원 동내 골목 곳곳에무수한 발자국을 남기며 진솔하게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알알이 엮었다.

창간호 남수동을 시작으로

2호 장안동 (“성곽이 바람 다 막아주고 해 잘 들고 교통편하고 물난리 난 적도 없는 좋은 동네지.” “이제 다른데 가서는 못 살지, 얼마나 다들 살뜰하게 챙기고 위하는데 영감보다 더 좋다니까.”)

3호. 북수동 (화홍문 아래에서 빨래하던 사람들, 물놀이 하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과거 활기를 띠던 북수동의 모습은 이제 추억으로 남아 잔잔한 물결로 흐릅니다.)

4호. 남창동 (골목골목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는곳 마다 작은 사랑의 빛이 반짝입니다.)

5호. 신풍동 (도심의 속도계로 보면 아주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 같은 동네. 삶에서 무엇을 더하고 빼느냐에 따라 신풍동의 시계는 느리기보다 진중하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6호. 교동 (도심 속 숨은 비밀정원 같은 교동, 고운 새색시들은 팔달산 자락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늙어 왔습니다. “형님아우 하면서 40년을 사귀었어”

골목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점차 사라지는 골목길은 낡은 책과 같습니다. ‘고단함’이라는 이름 삶과 ‘그리움’이라는 이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스텔지어의 공간입니다.)

7호. 매향동 (성곽을 따라 역사가 흐릅니다. 물향기 가득한 고즈넉한 매향동의 이마에 가을 햇살이 비춥니다.)

8호. 매산동 (수원을 관통하는 매산동은 한적한 시골이었지만 숱한 정치적 집회의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9호. 고등동 (고등동에는 사라진 것들이 많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은 7-80년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10호. 영화동 (맨날 구석에 앉아 손 붙잡은 커플을 보며 외로움에 치를 떨었지만 이젠 내가 커플이 되어 손 붙잡고 있다. 이 손 놓지 않으리!)

11호. 서둔동 (“서호가 있어서 서둔동 사람들은 모두 수영을 잘 했어요.”)

12호. 세류동 (철도가 놓여 있어 자연스레 지역과 지역의 사람들을 이어주고 삶을 이어주던 동네.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는 동네라 좋아요. 마음 편히 20년 동안 살았던 거 같아요. 이 동네 살기 좋아요.”)

13호. 호매실, 금곡동 (황금빛 노을이 마을로 내려앉을 때, 들에 엎드려 일하던 농부들은 농기구를 챙겨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릴 적 아버지의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14호. 남문통 (대대로 가업을 이어받아 오래된 가게 곁을 지키는 많은 사람들.)

15호. 지동 (“나는 피난을 여기로 와서 지동에서 쭉 살았어. 철원에서 왔어. 여기 다 피난온 사람들이야. 난 여기와서 애 낳고 시집장가도 다 보냈어. 다섯을.”)이 출판 되었다.

'골목잡지 사이다'는 구수하고 깊은 맛이 우리 전통의 숭늉 같은 진솔함이 있다.

수원 팔달산 자락의 사람·자연·문화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사람들... 그들은 골목 속으로 속속들이 들어가 발로 뛰면서 취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동사무소에서 협조도 받고 가가호호방문해서 다니면서 어르신들을 만나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있다.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어 하면서도 보물 같은 사진들이 나온다. 별것 아니고 고물인데 그 기억과 고물을, 그분들의 이야기를 수집해서 펼치고 그 시대를 기록한다

▲ 집 안에 곳곳에 있는 삶의 흔적들이 있다.

매일의 삶을 영위해 나가는 동네에 들어가 기억언저리에서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아 일상에 직접 참여하며 소통하고 이야기를 주워 담고 기록하고 있다. 박물관이 따로 없다. 골목박물관이다.

이제 16호. 권선동 편은 어떤 이야기가 선보일까 기대가 크다.

‘골목잡지 사이다’ 화이팅!!!


김낭자 기자  00njkim60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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