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의 ‘빛 무늬-즉卽’

실험공간 UZ에서 김낭자 기자l승인2019.05.28l수정2019.05.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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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중무진(重重無盡)한 무늬를 그리면서 2019년 5월 26일 실험공간 우주에서 박지현 작가의 ‘빛 무늬-즉卽’이 전시되고 있다. 

북수동 실험공간 우주 지하 전시장을 들어서면 창하나 없이 벽만 보인다. 그 속에 박지현의 ‘빛 무늬-즉卽’ 13개의 작품이 있다. 벽면 가운데 세 작품과 양쪽으로 다섯 작품이 둘러 연이어 하나처럼 채워져 있다. 하나하나가 모아져 또 다른 하나를 만들었다. 기존 개개의 작품이 전시되던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 병풍처럼 하나로연결 전시 된 작품

빛 무늬 이미지는 민화를 모티브로 한 모란 이미지의 검거나 하얀 한지를 오려 붙이면서 중첩시키고 그 위에 반투명의 한지를 틈이 있게 덮어 씌어 놓았다. 세로로 길게 혹은 탁본에 의한 중첩으로 은은한 이미지의 표현하였다.

'즉卽'은 현상과 실체 자체를 고정불변의 것으로 보지 않은 불교의 연기緣起론이 집약된 반야경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 한자이다. 극과 극의 이질적 관계를 접속하고 전환하는 역동적 역할을 한다. 산스크리트 원문의 원래 의미는 공과 색은 둘이 아니다 라는 공색불이空色不二의 의미이다. 이번 박지현의 ‘빛 무늬 회화’는 한지로 창출하는 ‘빛의 그물’ 즉 인다라망(因陀羅網)의 미학을 시각화함으로써 관계 맺음의 의미를 깊게 성찰한다. ‘인다라망’은 고대 인도 신화 속 '인드라(Indra)' 신(神)의 거주지인 선견성(善見城)의 위를 덮고 있는 거대한 그물을 가리킨다. 이 그물은 “그물코마다 보배 구슬이 박혀 있고 거기에서 나오는 빛들이 무수히 겹치며 신비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빛이 만드는 모든 무늬를, 모든 색을 무색의 회색으로 표현했다. 우주 만물을 관계 속에 얽혀있는 인다라망의 관계성을 무늬화해서 표현했다고 한다.

▲ 전시장에서 박지현 작가

작가는 2007년 반투명한지의 물성에 물성의 발현이라는 것에 감응을 받아 한지 작업을 하게 되었다. 한지에서 발현되는, 비쳐지는 느낌이나 현상들이 좋았다. 그것을 오려낸다거나 칼로 오려 중첩시켜서 모란의 형상을 길게 띠 작업으로 해서 계속 중첩시켰다. 색깔 톤은 한지에 흰색이나 검은색 목탄색으로 꽃이나 잎, 이런 것들을 칼로 오려내고 자국을 내고 중첩시켰다. 또 작업한 칼자국의 형상을 탁본으로 떠서 작업하고 반복하면서 중첩시키는 작업을 했다. 전반적인 것은 모란의 형상을 통해서 무늬화 시켰다.
화엄에 인다라망 관계성을 무늬화해서 표현했다. 화엄사상에서 중중무진이라는 인연법을 인용했다. 빛의 그물망에서 빛이 서로 발하면서 서로 비추고 영향을 주면서 새로운 환상적인 색을 만들어내는 빛다발의 무늬를 의미화한 것이다. 끝없이 빛나는 빛의 관계는 끝이 없다. 그런 의미로 인다라망을 무늬화로 관계망을 표현했다. 모든 만물은 관계 속에서 인연법에 의해 맺어진 관계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지는 무색이지만 빛 무늬의 바탕이 됐다. 그 반투명의 한지를 여러 겹 겹겹이 엇갈리게 붙이고 오리고 쌓는 중첩 방법으로 표현했다. 그렇게 오묘한 깊이 있는 그 만의 독특한 색을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은 막연히 그림을 그려야 된다는 생각으로 있었다. 화가의 꿈이었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가정을 이루고 뒤늦게 대학원을 거치면서 그림을 그렸다. 꿈을 이루었다. 앞으로도 이 꿈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 전시장 입구에 있는 전시 포스터

중중무진(重重無盡)은 인연법으로 얽혀있는 현상계를 표현한 말이다.
모든 우주 만물은 인연 속에서 관계한다는 것으로 주로 ‘인다라망’이라는 그물망으로 비유된다.
‘인다라망’은 광망(光網) 즉 빛의 그물이다. 일즉일체(一卽一切) 곧 즉卽이라는 관계로 서로가 끊임없이 관계하며 작용한다. 이번 전시는 박지현 작가가 이런 ‘즉卽’이라는 관계 속에서 발현하는 빛의 그물 즉 관계망을 빛 무늬 화법으로 무늬화한 것이다. ‘빛 무늬’도 현상과 여백, 있음과 없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가 무늬망을 이루며, 곧 ‘즉卽’으로서 일체一切를 발현하기 때문이다.
발현은 작용으로 인한 현상으로서 관계를 통해 의미를 드러내 주고 보여줌과 동시에 관계 사이로 의미의 본질 속으로 사라지기(들어가기) 때문이다. ‘즉卽’은 관계의 사이에서 서로의 관계를 관계하고 관계의 의미를 낳고 본질 속으로 사라진다. 현상을 낳고 빛 속으로 사라지듯이. 중중무진(重重無盡)한 무늬를 그리면서 -작가노트에서 발췌-

공동취재 : 유은서 선임기자


김낭자 기자  00njkim60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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