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DMZ 야생동물 넋 달램 굿 - DMZ wild animal soul healing performance

 

10월 1일 저녁 6시 야생동물 넋 달램 굿을 한단다. 어둑어둑해진 곳에 사람들이 옹기옹기 모여 있다. 늦었구나 생각이 들어 얼른 자리를 찾아들어 갔다.

자리를 살펴보니 4개의 깃대(구렁이, 스라소니, 수리부엉이, 고라니)가 동서남북에 자리하고 서 있다. 그리고 중앙에 4개의 촛대, 살살이 꽃 즙 잔, 피살이 꽃 즙 잔, 대나무 가지, 물그릇과 소품들 (초, 수정구슬, 뿔잔, 곰 발톱 발찌, 솔가지)가 설치되어 있다. 악사가 한 쪽에 자리하고 있다.

▲ 신녀의 손에는 대나무가 들려져 있다.

저녁 6시가 되자 신녀가 등장한다.

신녀는 손에 솔가지와 물그릇을 받쳐 들고, 발에는 곰 발톱 발찌를 하고 들어서며 한 바퀴 돌면서 솔가지로 물을 찍어 흩뿌리며 정화의식을 한다.

대나무 가지를 들고 사방 동물 깃대 앞에서 흔든다. 상 앞에서 대나무 가지를 하늘 높이 올려 흔들며 사설을 목청 높여 읊는다.

붉은 해는 서산(西山)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대나무 가지를 뿔잔에 꼽은 다음 세 발짝 뒤로 물러나 삼배를 한다.

▲ 비나리를 읊조리고 가는 손채수 작가

두 손으로 실살이 꽃 즙잔(우유 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고, 천천히 내리고 걸으면서 비나리를 읊조린다. 깃대 앞에서만 손가락을 튕겨 세 번 땅에 뿌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살살이 꽃 즙으로 살을 주고 뼈를 주옵소서

잔을 상 앞으로가 내려놓고 팔 벌려 크게 합장한다.

두 손으로 피살이 꽃 즙잔(포도주 잔)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고, 천천히 내리고 걸으면서 비나리를 읊조린다. 깃대 앞에서만 손가락을 튕겨 세 번 땅에 뿌린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피살이 꽃 즙으로 피를 주고 숨을 주옵소서.

잔을 상 앞으로가 내려놓고 팔 벌려 크게 합장한 다음 세 발짝 뒤로 물러서 천천히 앉는다.

▲ 두루미 동래 학춤을 추고있는 정일수 작가

신녀가 정좌하자 악기 소리가 나면서 학춤이 시작된다. 살살이 피살이 의식으로 현현한 두루미를 학춤으로 형상화한다.

학춤이 끝난 다음 신녀는 가운데로 들어가 앉아 크게 오옴을 세 번 한다.

▲ 나비를 통해 야생동물의 넋을 위로하고 하늘로 올려보낸다.

천천히 일어나 나비봉을 잡고 DMZ 야생동물들의 넋을 달래 하늘로 올려 보낸다.

동서남북으로 크게 합장하며 절을 한다. 야생동물들이 이유도 모르는 체 죽어간다. 지뢰라든가 이런 것들 때문에 죽어간다. 그 동물들을 위로하기 위한 퍼포먼스이다.

▲ 굿 판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 퍼포먼스는 DMZ 야생동물 넋 달램을 위한 퍼포먼스였다. DMZ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서 1년에 한번 식 불을 질러, 지뢰도 있고 해서 많은 야생동물들이 무참히 죽어간다. 뿐 아니라 한국전쟁 때도 수없이 많은 야생동물들이 죽어 갔다. DMZ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생물 단지가 많은 곳으로 되어 있다. 70년의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곳인데 전방을 서로를 주시하려고 하다 보니 불을 질러 게 되고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이 많다. 그 야생동물들의 넋 달램 굿이다. 처음 시작은 동물들의 영혼을 부르고 동물들의 피와 살을 주는 의식을 했다. 그리고 그 피와 살을 받은 동물들을 학에 빗대어서 학으로 한바탕 춤을 추게 해 주었고 그 동물의 마지막을 나비를 통해서 좋은 곳으로 천도하는 그런 과정을 담은 내용이다.

공동취재:유은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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