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텃밭 속에서 배우는 흙의 진실
주말농장이라는 말이 우리에게는 이제는 매우 익숙하다.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즐기며 느끼는 것은 곧 가족사랑이다. 바쁘고 복잡한 도시 한복판을 떠나 외곽에 자리잡은 자그마한 주말농장은 도시인들에게는 잠시 휴식의 터전이고 자연을 살피는 삶의 원천이기도 하다.
집에서 가까운 외곽의 주말농장의 텃밭 세 평을 얻어 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수원시와 화성시가 만나는 곳에 이렇게 넓은 밭과 논이 아직까지 있다. 농장주인은 이중 상당 부분을 일반 시민들에게 대여했다. 세 평의 비옥한 땅이 이렇게 가치있는줄 몰랐다.
경험은 없지만 가끔 농장에 들르는 일이 이제는 심심치 않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수 많은 주말농부가 텃밭에 몰려든다. 고추, 가지, 호박, 토마토, 상추 등 좁은 곳에 촘촘히 심고 보니 먹거리가 가득했다.
모두가 여름 이른 새벽에도 직장으로 출근하기 전 부지런하게도 이곳을 들른다. 옷도 일상의 옷이 아닌 전형적인 농부의 옷차림이다.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며 간단한 농기구를 한 손에 들고 있다. 7월초 벌써 상추는 몇 번이나 뜯어 상추 쌈을 먹었다. 시장에서 직접 사서 먹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의 묘미가 있다. 너무 빨리 잘 자라 뜯은 지 며칠만 지나도 또 뜯을 수 있다.
식탁 위에 보물인 상추는 상추 잎의 흰 즙이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해소해 주는 등 11가지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렁주렁 달리는 고추를 보며 자연은 거짓이 없음을 알게 된다. 방울 토마토 역시 따온 것을 먹으니 맛이 색다르다.
유해 비료가 들어가지 않은 무공해 순수 농산물인 셈이다. 우리 주말 농장의 토마토 나무도 처음에는 줄기와 가지가 무성만하고 열매는 아주 작은 것만몇 개 정도 매달려 있었다. 옆의 토마토는 열매가 견실하게 잘 매달려 있었는데 너무도 비교가 됐다. 경험이 없는 탓에 주말농장의 원 주인에게 물어 보니 처음 자랄 때 작은 애기 순을 미리 따줘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걸 몰랐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렇게 잘라 주어야 한다”고 손수시범을 보였다. 뒤늦게 순을 따주니 그 후 열매가 주렁주렁 맺히기 시작했다. 가지가 잘 뻗어나도록 길을 만들어 주고 지주대를 꽂아 세워 주어 가지가 올라가도록 해보니 제법 모양도 그럴듯했다. 2,3일만 지나도 자라는 모양이 확연하게 달랐다.
작물의 특성을 잘 알아야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지도 알게 된다. 하나 하나 배워가는 과정이 새롭기만하다. 역시 흙은 솔직하기에 거기에서 ‘흙의 진실’을 배우는 것 같다. 매달린 가지를 보니 앞으로 크게 기대된다.
몇 개 따서 반찬을 만들었다. 아리지 않고 맛이 괜찮았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무더위이지만 검푸른 주말농장의 여러 작물은 꿋꿋하게 자라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작은 농장에서의 일과로 계절의 변화를 체험하는 일도 괜찮은 일인 것 같다. 코로나19가 여기는 존재하지 않는 별천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