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어필(御筆) 10점 포함 100여 점 전시

2020 수원박물관 특별기획전 ‘조선 서예 5백 년 서풍만리(書風萬里)’ 서예전이 23일부터 전시장 2층에서 열리고 있다. 어필 10여 점을 포함하여 총 10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 전시장 입구의 알림판.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 1786~1856)의 작품을 비롯하여 조선 후기 문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영조와 정조 친필 글씨 9점이 전시되어 당시의 문화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서풍만리란 추사 김정희가 쓴 화법유장강만리(畵法有長江萬里, 그림 그리는 법은 장강이 만 리에 뻗친 듯하다)에서 영감을 받아 정했다.

한자 문화권에 속한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래 중국서 법을 수용하고 자기화시켜 서체별, 서풍별, 시기별로 다양한 서예를 선보였다. 특히 조선 시대는 우리 고유색이 가미된 독립적인 서예 문화를 발전 시켜 오늘날 한류가 세계를 사로잡은 것처럼 조선 서풍은 만 리를 넘어 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24일 오후 전시실로 들어가자 서예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영상으로 구체적으로 상영하여 서예의 전문성이 없는 초보자도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작품 속에서 글자의 구성, 글자의 짜임, 점획의 표현, 운필의 표현, 먹물의 농담 등 이러한 요소들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바른 감상법이었다.

서예작품에 대해 많은 사람이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는 문자가 갖는 어려운 한자나 어려운 글의 내용 때문이다. 시각적 느낌이 중요할진대 글자를 잘 읽어야 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지 보는 것으로 글씨의 예술성이며 율동감, 형태, 필선 등 조형미를 느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서예는 조형예술이고 세밀한 분석에 치중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글씨 감상은 작가, 작품의 의미, 시대의 상호 관계 등 작품이 가진 다양성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먹물의 양과 농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묽은 농담은 온화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진한 짙은 먹빛은 필선이 강렬하고 깔끔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운필의 표현 역시 붓의 기울기나 속도를 짐작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감상이 될 수 있다.

▲ 먹물의 양에 따른 작품의 장단점 비교.

결국 글자는 붓과 먹의 표현으로 예술적 성과를 이루어내는 것이 작품성이다. 삼국시대부터 고려 시대까지의 서예 편에서는 약 20여 점이 전시됐는데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 시대를 거치며 꽃을 피운 고려 시대의 다양한 서예유물로 그 과정과 우리 문화 속에서의 서예 비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조선 초기 즉 고려 말과 조선 초는 30여 점을 보며 여러 서체가 혼용되었는데 부드럽고 유려한 송설체가 크게 유행했다.

▲ 김현성: 남창 서법(17세기), 이산해: 하계필적(1602년).

송설체는 원대(元代)의 문인화가 조맹부(1254~1322)의 호를 딴 서체로 해서의 균형의 아름다움과 행서의 유려함이 특징이다(조맹부-진초천문, 14세기경) 안평대군은 이미 20대에 송설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이백 궁중행락사 등, 15세기 목각 본, 첩장) 조선 중기(40여 점 전시)에는 송설체의 정착을 지나 석봉체(石蜂體)가 등장하고 왕희지체 동국진체라는 고유색 짙은 서체를 탄생시켰다.

▲ 송죽: 7세 때의 영조예필로 필력이 굳세고 당당하다.

석봉체는 조선 4대 명필가인 한호(아호는 석 봉) 1543~1605)가 쓴 붓글씨로 한문 서체이다. 조선 후기(30여 점 전시)로 추사 김정희가 등장하고 구한말 외세의 등장으로 서예발전은 안타깝게도 내림세의 길을 걸었다.

▲ 탄연-청평산 문수원 중수비(1130년).

역대 임금의 서풍은 옛 명필이나 선왕(先王)들의 서풍을 따르는 경향이 강했다. 조선 시대 임금이 지은 글인 어제(御製), 글씨인 어필(御筆) 등 임금의 권위가 절대시 되었던 것처럼 존승의 대상이 되었다.

약 2시간 이상의 작품 감상을 하며 코로나 19로 인해 한산함에 아쉬움을 느꼈다. 전시는 코로나 19 방역단계에 따라 전시 관람이 제한된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2021년 2월23일(일)까지 관람할 수 있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이며 오후 5시까지 입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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