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신이 나는 호수 수변로에서의 봄맞이

▲ 봄이 오는 소리가 들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4일 겨울 날씨답지 않은 포근함으로 많은 사람이 야외로 나왔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300명대 초반으로 다행히 15일부터 수도권은 거리 두기 2단계로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오후 3시경 늦은 시간 광교호수공원을 찾았다. 옛 원천유원지 입구에서부터 걷기 시작했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저 멀리 광교호수공원 주변은 산책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8자 모양의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잘 만들어진 길, 걷기에 아주 쾌적했다. 자전거 통행 제한구간 안내, 토, 일은 전면 제한된다. 인라인, 킥보드, 전동 휠도 금지다. 부부, 가족 단위, 친지, 친구, 반려동물도 덩달아 신이 났다. 모두가 천천히 걸으며 마스크를 한 채 대화하며 때론 소곤거렸다. 걷다 힘들면 곳곳의 벤치에 앉아 쉬곤 했다. 이만한 힐링이 없었다. 코로나 19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하다.

▲ 상가가 언제 더 활성화되어 붐비게 될까? 기다림에 지쳐온다.

이곳은 일찍이 1920년에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 유원지가 됐었는데 이제는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됐다. 주변 광교 신도시인 뿐만 아니라 가까운 용인은 물론 먼 곳에서도 이곳을 찾는 유명한 곳이 됐다. 길을 걷다가 멈추어 안내 표지판을 보니 ‘사색(四色) 여우길’이라는 안내가 눈에 들어왔다. 여우가 다니던 길이니, 짐작은 갔다. 수원 팔색길 중의 하나인 사색 여우 길은 광교저수지와 원천저수지를 연결하는 숲길이다. 광교공원의 산책로와 음악, 분수 등을 즐기며 원천유원지의 과거 추억과 새롭게 조성되는 광교 수변 길을 즐길 수 있도록 광교 택지지구의 녹지 축을 연결한 길이다.

광교 호수 수변로는 꼬불꼬불한 길이지만 직선거리로는 약 3.5km에 이른다. 누구든 훈련되지 않으면 한 번에 걷기가 쉽지 않은 길이다. 주차장이 멀리 있어 그만큼 더 걸어야 한다. 조금 멀리 겨울새들이 한가롭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민물가마우지, 왜가리, 해오라기, 물총새, 원앙, 물닭, 논병아리, 뿔논병아리, 흰 뺨 검둥오리들이었다. 새들이 있어 겨울 저수지가 한층 더 여유로웠다.

▲ 어둠이 진하게 드리워진 호수 주변.

수원컨벤션센터 근처에 이르자 저수지 물이 줄어드는 곳에 습지 식물이 군락을 이룬 채로 봄을 기다리는 듯했다. 갈대, 물억새, 무늬큰고랭이, 노란 꽃창포, 노랑머리연꽃, 마름의 군락지였다. 양서류인 두꺼비, 맹꽁이, 옴개구리, 청개구리, 참개구리, 한국산 개구리의 서식지도 볼 수 있었다. 청개구리는 수원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이제 봄이 오면 이들의 천국이 될 것 같았다. 호수의 크기가 일산호수의 1.7배의 크기인 만큼 일몰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 독일식의 전망대가 조금은 쓸쓸해 보인다.

그래도 관심을 가진 것은 주변의 상가였다. 메뉴 간판을 주의 깊게 살폈다. 앞으로의 모임을 위해서였다. 하나둘 상가의 불이 들어왔다. 불빛이 물 위에 비쳐 장관을 연출했다. 전망대로 향했다. 달팽이처럼 원통형 나사 구조로 설계한 높이 33m, 지상 3층의 프라이부르크 전망대였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눈앞의 야경과 컨벤션센터의 형형색색의 조경은 탄성을 지를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제 언덕 위로 올라갈수록 겨울나무가 있고 숲이 보였다. 어딜 가나 길 자체가 안전하고 편안했다. 데크 길은 곧 사색의 길이었다.

▲ 잘 정돈되어 안정감을 주는 각종 표지판.

생태통로가 보였다. 도로가 생겨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고 야생동물 이동을 돕기 위한 생태 공간이나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안내문이 보였다. 야생동물들이 맘 놓고 다닐 수 있도록 지정된 산책로를 이용할 것을 안내하고 있었다. 그렇다. 고라니, 산토끼, 너구리, 족제비, 두더지 등이 서식하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광교호수공원(수원시 영통구 하동)은 2013년 11월3일에 개장했는데 과거에는 이곳이 유원지였고 자연 그대로여서 야생의 동식물이 많이 서식했다. 이제 도시개발이라는 것 때문에 자연이 훼손될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자꾸 들었다.

▲ 산행하다가 당하게 되는 위험에 대비한 안전장치.

이제 밤길인데 신대저수지로 넘어갔다. 이곳도 처음에는 농업용수를 제공하기 위한 곳으로 이용됐다. 광교호수와는 별개로 2개의 저수시설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산책로 역시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했고 야간의 응급조치를 위해 곳곳에 비상벨도 설치하여 활용하고 있었다. 호수이기에 겨울철 얼음이 얼어 깨지기 쉬워 안전사고 안내문도 적절하게 비치해 놓고 있었다. 이미 해가 져서 어둡고 희미한 불빛이 오가는 길을 비췄지만 산책하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았다.

▲ 야경도 아름답고 안전해 밤길도 걷기에 좋다.

지난날 이곳에는 유명식당이 많았었는데 그러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멀리서 볼 수 있는 물 위의 불빛과 고등검찰청과 수원지방법원 종합청사임을 밝히는 선명한 글씨가 도시화로 변모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원시에 이만한 호수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그만큼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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