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나라, 이웃, 후손 위해 가치있는 일 하고 싶어“

▲ 광교노인복지관 식사배달 자원봉사자 구정회 어르신 (사진 장경애 기자)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월 초, 식사배달 자원봉사자 구정회 어르신을 인터뷰하기 위해 복지관 상담실에 들어섰을 때 그 분의 첫 느낌은 후덕하고 자애로운 인상이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건강미 넘치는 모습과 사라지지 않는 맑고 온화한 미소, 힘 있고 절제된 목소리에서 꺼지지 않는 자원봉사의 열정을 느꼈습니다.

‘자원봉사’란 어떤 일을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도움을 주는 행위 또는 그런 활동을 의미합니다. 쉽고도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봉사라는 단어를 쉽게 언급하면서도 그 실행에 있어서는 주저합니다.

광교노인복지관 개관과 함께 식사배달 자원봉사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구정회 어르신의 자원봉사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기 위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구정회 어르신은 60대 중반으로 국가공무원으로 39년을 지냈으며 공무원으로 재직시 보훈훈장과 보국훈장을 수여받은 국가유공자입니다.

Q : 광교노인복지관에서 어떻게 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지난 5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님이 작고하기 이전까지 4대가 한울타리 내에서 10여 년간 동거동락 한 대가족이었습니다. 현재 아버님은 동생 집에 계시며 자식, 손자와 함께 3대가 광교신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자손이 돌보지 못하는 비참한 노인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봉사할 마음으로 광교노인복지관을 찾게 됐습니다. 자원봉사를 실천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제 부모님(아버님 99세, 어머님 92세: 지난 5월 치매로 작고)이 요양보호대상자입니다. 요양보호사가 부모님의 대.소변을 기꺼이 처리해주는 고귀한 봉사정신에 깊은 감명을 받아서입니다. 복지관 개관 즉시 119번 회원으로 등록한 후 몸으로 할 수 있는 독거노인 도시락 배달봉사를 시작했습니다.

▲ 광교IT기자단 김영기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구정회 어르신 (사진 장경애 기자)

Q : 주로 어떤 봉사활동을 하시나요?

국민 주례사 구정회가 제 명함입니다. 사회 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시작하게 되었으며 전문 주례사로서 꾸준한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대략 500쌍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보았습니다. 제 목표는 1000쌍의 주례입니다. 대부분 무상으로 주례를 보고 있으며 간혹 교통비 정도를 성의로 받고 있습니다. 현대의 주례사는 짧고 간결해야 합니다. 저는 주례사에서 ‘일심동체’보다는 신랑·신부는 ‘이심이체’라는 독립된 인격체이므로 상호 존중과 배려로써 원만한 결혼 생활을 꾸려갈 것을 강조하고 있는 편입니다.

광교노인복지관에서는 식사배달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2회, 오전 10시에 복지관에서 마련해 준 24~30인 분의 식사를 영통구 내의 독거노인 분들에게 배달해주고 있습니다. 식사배달 대상 어르신들의 대다수가 광교보다는 매탄동 일원에 거주하고 있어 일을 마치면 12시가 됩니다.

현재 국가 안보단체인 수원 시 재향군인회 안보이사로 봉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1회 이상 주위 청소활동, 선도, 계도, 6월 호국보훈의 달에 안보사진 전시회, 6.25 사진 전시회, 각 급 학교 요청 시 안보관련 강연 등을 하고 있습니다.

Q : 자원봉사를 하면서 느끼시는 부분, 또는 변화된 점이 있을까요?

저는 국가로부터 훈장과 포장을 수여받은 국가 유공자입니다.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와 사회, 남을 위해 도움과 나눔의 봉사를 실천하는 것이 국가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됩니다.

110조원의 국가 예산이 실질적인 복지혜택이 어려운 소외 계층에게 골고루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현재의 부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도 공헌하신 노인세대가 쓸쓸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비참하게 사시며 노후를 보내시지 않도록 독거노인 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문도 없는 쪽방에서 종일 도시락 배달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반기시는 어르신들, 몸이 불편해 거동을 못하시는 어르신들, 조금이라도 배달시간이 늦으면 화를 내시는 깐깐한 분들도 있습니다. 혼자 몸이기에 도시락을 대신 받아 줄 사람이 없고 은행이나 시장 등 볼일을 제시간에 볼 수 없어서인 줄 알기에 죄송하다는 말씀으로 위로해드립니다. 그래도 저의 조그만 봉사 하나가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에게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식사 배달을 마치고 나면 마음으로 느끼는 보람과 흡족함으로 하루가 즐겁기만 합니다. 식사배달이 기다려진다고 한다면 좀 과장된 표현일지요?

또 주례를 서면서 신혼부부들로부터 혼례 후 감사편지를 받았을 때 봉사의 보람을 많이 느낍니다. 수백 통의 감사 편지들이 다 귀하고 감동을 주지만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해 드리면,

“선생님의 주례사는 제가 본 어떤 주례사보다 임팩트 있고 하객들을 주도하는 멋진 강연을 보는 듯해서 뿌듯합니다. 지인 결혼식 때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감동에서 우러난 편지를 받았을 때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얻습니다.

▲ 인터뷰, 사진 좌로부터 김영기 기자, 구정회 어르신, 유은서 부장 (사진 장경애 기자)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라’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행동하게 된 점이 제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변화인 듯 합니다. 제겐 두 손자(9세, 6세)가 있습니다. 아파트 현관에 문패를 달아놓았습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국가유공자 할아버지”라는 문구를 문패에 써서 매일 국기에 대한 맹서를 하듯이 드나들 때마다, 저는 물론 손자들이 외칩니다. 또한 노인복지관에서 도시락 배달을 하시는 모습을 사진으로, 설명으로 알려줍니다. 할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국가사회에 대한 공헌의 가치를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부인을 호칭할 때도 밖에서는 “최 경애 여사님”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존중해야 남도 존중 한다는 생각에서지요.

Q : 식사배달 대상자 어르신들 또는 복지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복지에는 봉사가 필수적으로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행하는 자원봉사자가 있기에 우리 사회가 훈훈하고 밝아지는 것이 아닐까요? 어렵고 힘든 삶을 영위해가는 어르신들, 이 분들에 대한 봉사는 가치 있고 보람된 일입니다.

광교노인복지관은 관장님을 위시하여 모든 직원이 친절하고 항상 밝은 미소로 어르신들을 맞이하더군요. 친절은 상대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편안함으로 이끌기 때문에 자주 복지관에 가고 싶은 생각을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빠듯한 예산으로 복지관을 이끌어 나가시는 관장님과 직원들에게 무한한 성원을 보냅니다.

인터뷰는 이렇게 마쳤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라를 위해 이웃을 위해 후손을 위해 가치있는 일을 위해 애썼노라고 조그만 흔적이라도 남기고 가는 사람이고 싶습니다”라는 구정회 어르신의 마지막 말씀이 뇌리에 깊이 남습니다.

우리는 받는 것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대가가 없으면 주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는 주는 것이고 도우는 것이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행위입니다. 자원봉사가 힘들고 자신의 희생이 따를지라도 보이지 않게 얻어지는 마음의 기쁨과 평안은 그 어떤 것 보다도 값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구정회 어르신과 같은 분이 많이 배출되어야 복지 사회로 가는 길이 앞당겨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구정회 어르신의 건강과 가정에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장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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