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탁실 세탁모습

필자는 호스피스에서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아침, 늘 하던 버릇으로 호스피스로 향했다.

1층 현관에 들어서니 지하실에서 조금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토요일이라 봉사자가 별로 없을 텐데.... 무슨 일일까? 조금은 의아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이윽고 지하에 도착 우선 세탁실을 겸해 사용하고 있는 기계실 문을 여니 권사님 두 분이 열심히 세탁을 하고 계시면서 무언가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무슨 얘기일까? 궁금한 마음에 뒤에 서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원래 매주 토요일이면 호스피스에 들려 기계실을 돌아보고 폐수 펌프는 잘 작동하는지 가래 빼내는 압축기는 잘 작동 되는 지 확인해 보곤 하는데 이날도 그런 차원에서 들른 것이다.

휴일이 연속되면 병원에서 시급을 다투는 가래 Suction압축기와 폐수 펌프는 항상 잘 작동 되어야 하기 때문에 늘 확인 하는 것이 내 습관처럼 되어있다. 정상 작동이 되어야하지만 어차피 고장이면 내가 처리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사전 조치 차원에서 늘 그렇게 하고 있다.

▲ 기계실 공기 압축기

“아이구 하나님!” 놀라서 소리를 치신다. “왜 가만히 계십니까?” 놀란 소리로 연거푸 물으신다. 무슨 일이냐는 내 질문에 “난 하나님이신 줄 알았어요”라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폐수 탱크에 물이 차 세탁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단다. 목사님께 연락드리려다 전화번호를 몰라 구 장로(필자)님이 안 오시나 하고 투덜대고 있었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있기에 놀라 돌아보니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다는 것이다.

“뒤에서 인기척이 있길 래 돌아보았더니 장로님이 서 계신데 하나님인 줄 알았어요”

잠깐 센서를 확인해서 펌프를 돌리고 압축기에서 “딱” “딱” 총 쏘는 소리가 나서 놀란다고 하기에 콘트롤 박스를 확인해 보니 자동 릴레이 작동하는 소리가 좀 크게 나는 것이었다. 두 기계 모두 정상 작동한다고 얘기를 하니 두 권사님, 맥가이버장로님. 아! 이제 안심이다. 역시 하나님은 친절 하시다니까 하고 감사를 연발하신다. 나도 이쯤에서 세탁실 봉사자들의 걱정거리 하나를 해결해 드릴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를 올린다.

바람은 소리 없이 찾아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주고 또 소리 없이 떠난다는 말처럼 그들이 필요할 때 그 시간에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하나님은 그런 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토요일이니 광교산으로 가보자. 기분 좋은 발걸음이 가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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