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오공의 후예빨간잔나비

공연히 쳐다만 봐도 우스꽝스러운 것이 원숭이(잔나비)다. 재주도 잘 넘거니와 하는 짓이 꼭 어린아이 같다. 탈을 쓰고 공연하는 가면극의 하나인 산대놀이에서 원숭이는 기막힌 팬터마임으로 관중을 웃긴다. 시골 장터 신발 장수가 원숭이의 볼기를 치며 뭔가를 얼른 받아 오라고 하자, 원숭이도 신발 장수의 볼기를 치는 시늉을 하며, 춤을 추고 가서는 소무(연지 곤지 찍은 모습이 뭇 남성들을 유혹하기 알맞게 생긴 계란형 미인으로 신발 장수의 여자) 의 등에 업혔다 떨어지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후 돌아온 원숭이를 붙잡고는 신발 장수가 돈을 받아 왔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원숭이는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샅에다 끼고는 진저리 치는 흉내를 낸다. 자신이 소무를 어찌 했다는 것이다. 놀이판의 재롱둥이 치고는 꽤나 노골적인 장면이라 온 관중이 폭소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아수라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인 십일면보살(十一面菩薩)은 무수한 별나라의 신들이 방문할 때마다 그 별들의 성격과 변화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 11개의 각각 다른 얼굴을 지닌 보살이다. 십일면보살은 수만 수억 개의 얼굴들이 있는 인간 세상에 내려가 그 얼굴을 다 접하여 평정하라는 명령을 받고 원숭이(猴神)의 신이 되었다.

잔나비는 창조자이고 임기응변가이며 다른 사람의 동기를 유발시키고 자극하는 사람이다. 즉, 모방할 수 없는 간계(奸計)와 매력으로 모든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잔나비는 재빠른 재치를 지닌 사람이므로 영리하고 융통성 있고 혁신적이다. 복잡한 문제들을 쉽게 풀 수 있으며 배우는 것도 아주 빠르다.

부정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잔나비는 타고난 우월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는 타인을 존경할 줄 모른다. 그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아 중심적이며 자기도취적이다. 또한 그는 어떤 사람이 승진을 하거나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질 때면 언제나 시기심에 사로잡힌다. 돈과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는 데서 잔나비의 용감성은 남의 추종을 불허한다.

잔나비의 다양한 성격 중에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자질은 자신감이다. 그가 아무리 수줍음을 타고 유순해 보일지라도 내적으로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잔나비는 지능이 좋고 놀라운 기억력을 소유하고 있다. 그의 천재성은 지칠 줄 모르는 호기심으로 가열된다. 영리하고 재주가 좋은 것 외에도 잔나비는 실제적인 면이 있다. 푼돈도 아끼는 그는 결코 모험하느라고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잔나비띠 남성은 생동감 있고 타고난 흥행사여서 어디를 가나 흥분과 자극을 몰고 온다. 쉽게 변화에 적응하며 남을 즐겁게 해주는 화술을 지녔고 막역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또한 아주 경쟁심이 강하고 관찰력이 예리하며 빈틈이 없다. 무대의 불빛에 끌리며 재능 있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 잔나비띠 여성은 유행을 따르기는 하나 바르게 옷을 입는다. 잔나비와 화합하는 띠는 쥐띠·용띠이며, 불화하는 띠는 범띠이다.

12띠 중 아홉 번째 띠로 신년생 (申年生)을 가리킨다. ‘원숭이띠’라고도 한다. 시(申時)는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방위는 서남서(西南西), 달은 여름 7월, 계절은 7월 입추에서 8월 백로 전까지, 오행은 금(金), 음양은 양(陽), 대응하는 서양별자리는 사자좌에 해당한다.

잔나비띠 생은 견실, 끈질김, 어려움을 견디는 각고(刻苦)와는 거리가 좀 먼 편이다. 그러니 자연 움직이기를 좋아해서 사교적이며 감각이 뛰어나 모방의 재주가 뛰어나다. 그는 양의 기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성격이 밝고 항상 긍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적극성이 있다. 따라서 잔나비띠에 태어난 사람이 대중이나 조직을 이끄는 입장에서면 그 재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잔나비 띠는 마음이 잘 움직이고 기운이 산만해서 지속성이 모자라는 흠이 있고, 말이 많아 남으로부터 오해를 받기 쉽다. 그리하여 신중하고 지속성을 갖도록 노력하고 잔재주가 화근이 되어 큰일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혜와 잔재주를 겸한 원숭이, 아픈 척, 슬픈 척, 죽은 척 등등 필요에 따라서 임기응변적 표현이 뛰어나서 가령 잔나비 띠는 천부적인 재질인 숫자놀음과 지혜를 잘 이용하는 수학 공학적인 직업인으로 각광을 받는다는 등의 속설이 있다. 병신년(丙申年) 원숭이 해를 맞이하여 모두에게 건강하고 지혜로운 삶을 안겨주는 풍성한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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