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 언제 부터인가 젊은이들의 취업이 문제 되면서 스펙(Spec)이란 말이 유행하는데 좀 이상한 감이 있다.

보통 spec이란 단어는 공산품의 성능이나 특별한 사양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단어로서 사람에게 쓰는 것은 안 맞는 감이 있다.

전자제품의 발달로 특히 반도체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전자제품의 성능은 어디가 끝일지 모르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필자가 1961년도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는 정부에서 CDC 6600이란 기종으로 배웠는데 그 기억용량이 80Giga bite 정도로 마그네틱 tape Memory로 사용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즈음 내가 쓰고 있는 개인 컴퓨터의 용량만 해도 500 Gigabyte가 넘으니 가히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다.

그때 컴퓨터 하드웨어가 KIST 지하실 큰 방 한 칸을 사용할 정도로 부피가 컸는데 지금은 개인 책상위에 놓고 쓸 정도이니 어떻게 그 spec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제품의 사양을 설명할 때 스펙이란 단어를 쓰는 것인데 요즈음 사회에서는 개인의 능력을 말하면서 스펙이 토익이 몇 점이고 컴퓨터 사용능력이 어쩌고 취직을 하기위해서 스펙을 몇 개는 쌓아야 된다고 머리들을 싸매고 있다.

사람의 스펙을 말할라치면 DNA에 특별함을 애기해야 될 터인데 무슨 자격 무슨 면허 이런 것을 스펙이라 자랑으로 늘어놓고 있으니 사람의 인격을 어떤 점수로 논하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 좋지 못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무슨 전공을 하고 무슨 자격증이 있으면 스펙이 좋고 그런 것이 없으면 스펙이 나쁘고 그래서 스펙을 더 많이 쌓으려고 모두 혈안이 되어 있다.

굳이 사람의 스펙을 얘기 하자면 지능 지수나 유전으로 받아온 잠재능력 개인의 노력으로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잠재능력 성격 이런 것들이 논해져야 되겠는데 사회적으로 정해 놓은 것들 을 취득해야만 그 스펙을 인정한다는 것은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소질 같은 것도 한 사람의 훌륭한 스펙이 될 수 있을 텐데 그런 것을 스펙이라고 얘기하는 말이나 글은 도무지 찾을 수 없다. 세상이 각박해 지면서 모든 게 숫자로 측정되어야 인정하고 인정받는 세상이 되어 버려서 살아가는 맛이 점점 덜해 지는 것 같아 사람이 마치 공산품인 것 같이 느껴지니 씁쓸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어서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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