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의 시작과 함께 바쁜 농번기로 접어드는 절기 망종이 생각이 나 달력을 보았더니 오늘이 망종이다. 한국 민속대백과사전을 찾아보면, 망종은 "24절기 중 아홉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소만(小滿)과 하지(夏至) 사이에 음력 4, 양력으로는 65일 태양의 황경이 75도에 도달한 때이다. 망종이란 벼와 같은 곡식의 종자를 뿌리기에 적당한 시기로 늦가을에 파종하여 엄동설한을 이기고 수확하는 보리 베기와 모내기에 알맞을 때이다."라고 설명했다.

 

속담에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 망종에 별 보고 나가 별 보고 들어온다. 보리타작할 때는 송장도 일어나서 거둔다. 발등에 오줌 싼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농촌은 1년 중 가장 바쁠 때이다. 망종까지 보리를 모두 베어야 논에 벼도 심고 밭갈이도 한다는 뜻이다. 망종을 넘기면 보리가 바람에 쓰러지는 수가 많으니 이를 경계하는 뜻도 있다.

보리가 익어 베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보리가 익어 베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일상에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튼, 망종까지는 사마귀나 반딧불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매화가 열매 맺기 시작하고 대추꽃, 밤꽃, 치자꽃이 피면 곤충도 열심히 살고 바쁘듯, 사람들도 농사일에 바쁘다.

 

또 망종에는 망종 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음력 4월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 되어 빨리 거두어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되어 망종 내에 보리농사를 할 수 없게 된다. ,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의 보리 수확이 늦고 빠름을 판단하는 것이다. “망종이 4월에 들면 보리의 서를 먹게 되고 5월에 들면 서를 못 먹는다.”라고 말도 전한다.

 

보리의 서를 먹는다는 말은, 그해 풋보리를 처음으로 먹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양식이 부족해서 보리 익을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풋보리를 베어다 먹었다고 하니 그때의 삶을 엿보이게 한다. 그래서 망종 시기가 지나면 밭보리가 그 이상 익지를 않음을 더 기다릴 필요 없이 무조건 눈 감고 베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망종이라는 한자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면 재미있다. ()자는 '까끄라기 망'인데, 까끄라기 모양을 나타내는 풀()과 소리를 의미하는 망할 망()’으로 된 글자로 풀()이 망하여() 만들어진 까끄라기를 말한다. ()자는 사람( )과 숨는다()는 뜻이 모인 글자로 사람이 숨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원래 뜻이다. 사람이 숨어버리는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 옛날에도 죄를 지었던지, 잘못했든지 사람들에게 자신을 숨겨야 할 이유가 있다. 그러니 '사람이 숨는다'라는 의미가 망한다라는 의미로 발전하지 않았을까. 망한 사람이나 숨은 사람을 세상에서 제대로 대우할 리 없다.

요즘 모내기가 한창이다.
요즘 모내기가 한창이다.

(지역에 전하는 이야기)

재미있는 것은 망종의 두 번째 한자의 의미이다. 씨 종()은 벼 화()와 무거울 중()으로 만들어진 글자로 볍씨를 심을 때는 잘 익은 무거운 것을 골라 심으라는 의미이다. 망종 때에는 다 익은 보리는 수확하고, 벼는 튼튼한 씨앗을 골라 심는, 모내기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보리 수확도 줄고 벼농사도 망친다. 그러니 보리 베기와 모내기라는 두 가지 농사일을 오늘 식으로 표현하면 적당한 시기에 변화를 가져야 한다. 그래서 만물이 무성하게 생장하고 본격적인 벼농사를 짓듯 사람도 절기에 맞춰 적응하고 생활해야 건강한 삶이 이뤄지지 않을까.


경남도서지역에서는 망종이 늦게 들어도 안 좋고 빠르게 들어도 안 좋으며 중간에 들어야 시절이 좋다고 한다. 특히 음력 4월 중순에 들어야 좋으며, 망종이 일찍 들면 보리농사에 좋고, 늦게 들면 나쁘다는 말도 있다. 부산 남구와 강서구 구랑동 압곡에서는 망종의 날씨가 궂거나 비가 오면 그해 풍년이 든다.”라고 말한다.

 

제주도에서는 망종 날 풋보리 이삭을 뜯어서 손으로 비벼 보리 알을 모은 뒤 솥에 볶아서 맷돌에 갈아 채로 쳐 그 보릿가루로 죽을 끓여 먹으면 여름에 보리밥을 먹고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전한다.

 

전남 지역에서는 이날 보리 그을음이라 하여, 풋보리를 베어다 그을음을 해서 먹으면 이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 든다고 한다. 보리가 잘 여물어 그해 보리밥도 달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날 보리를 밤이슬에 맞혔다가 그다음 날 먹는 곳도 있다. 이렇게 하면 허리 아픈 데 약이 되고, 그해에 병이 없이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또 망종 날 하늘에서 천둥이 치면 그해의 모든 일이 불길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우박이 내리면 시절이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남과 충남, 제주도에서는 망종 날 하늘에서 천둥이 요란하게 치면 그해 농사가 시원치 않고 불길하다라고 전한다.

 

사진 제공: 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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