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사고로 추락한 오지에서 시,청,촉,균형 감각을 살려 생존하라!

유한도전! 생존 캠프에 도전한 대원들과 봉사하는 지도자들 
유한도전! 생존 캠프에 도전한 대원들과 봉사하는 지도자들 

10월 1일(토)부터 2일(일)까지 1박 2일간 한국스카우트 경기남부연맹(연맹장 최재복)이 주최한 ‘유한도전! 생존캠프’ 가 곤지암 청소년 야영장에서 열려 경기남부 전역에서 20명의 스카우트와 벤처스카우트 대원이 참가했다. 이 캠프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되었는데, 상반기에 열렸던 진급캠프와 쌍벽을 이루며 스카우팅의 정수(精髓)를 맛볼 수 있었다.

캠프 첫날 대원들은 본관 로비에서 반편성 확인을 마치고 명찰과 기념품을 받고 개영식을 가졌다.

개영식은 국민의례에 이어서 운영요원과 내빈 소개로 이어졌다. 참석한 내빈을 대표하여 엄기영 부연맹장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학교, 가정, 일반 사회에서 배울 수 없는 특별한 내용으로서 대원들이 이 캠프를 통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과 지식을 잘 배우고, 또 내년에 전북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잼버리에 가서도 실력을 잘 발휘하기 바란다” 라고 격려를 했다.

민병인 캠프장(연맹 커미셔너, 김포지역대 대장)은 참가 대원 모두를 환영하면서, 이번 캠프의 가상 시나리오를 설명해주었다.

이번 생존캠프는 수학여행을 가던 대원들이 탄 비행기가 엔진 고장을 일으켜 산속 오지에 추락한 상황을 전제로 시작된다.

대원들은 주변 지형을 탐색을 하다 우연히 숲 속에 낡은 오두막과 그곳에 살았던 주인이 남긴 편지와 지도를 발견한다.

오두막의 주인은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한국에서 이곳의 문명과 생태를 연구하러 왔던 탐험대의 대장인 배덕포였다.

그의 동료 탐험대원들은 오자마자 이곳 풍토병에 걸려 현지인 가이드와 함께 하나 둘 먼저 되돌아갔고, 그 혼자서 3년간 머물며 연구를 했다. 스카우트 대원과 지도자 출신인 배덕포 탐험대장은 먼저 '예기치 않은 사고로 조난을 당해 많이 당황되고 걱정되겠지만 그리 좌절할 필요는 없다' 고 위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곳곳에 '집으로 돌아가기 전 혹시 모를 조난자에 대비해 생존에 도움이 될 여러 참고자료와 위기를 극복할 비단 주머니를 준비해놨다' 고 했다.

민병인 캠프장은 "이번 캠프는 구조 헬기가 오기 전까지 참가 대원들이 배덕포 대장의 편지에 맞춰 자율적으로 일정을 진행하면서 여러 과제를 잘 해결하고 안전하게 생존하여 무사히 귀환하도록 짜여 있다" 고 알려주었다.

개영식을 마치자 3개의 반으로 나누어진 대원들은 스스로 반장을 뽑았다. 그리고 반장의 주도 아래 배덕포 대장의 편지에 따라 생존활동을 시작했다. 먼저 추락한 비행기의 잔해 속에서 생존에 필요한 물품들을 찾았다. 화물칸을 뒤져 타프와 로프, 팩과 망치를 찾아 반별로 그늘막을 만들고 그 안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았다. 그리고 기내 식자재 창고를 뒤져서 아직 부패되지 않은 기내식과 물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반별로 협동심을 발휘해 타프를 치고 점심식사 후 기운을 회복한 대원들은 서서히 조난의 공포에서 벗어나 무사 귀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까지 생겼다. 바위산 꼭대기 아래 초가을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솔잎과 신선한 공기, 맑게 노래하는 온갖 벌레들, 반짝이는 호수와 아침녘의 어두운 숲 속 안개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kim's game중 청각베이스, 조준상 강사가 쉘터 안에서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1반 대원들
kim's game중 청각베이스, 조준상 강사가 쉘터 안에서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1반 대원들

대원들은 오후 1시부터는 반별로 Kim's game(감각훈련)에 들어갔다. 오지의 삶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찰력과 아울러 쇠퇴한 온몸의 감각들을 날카롭게 되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원들의 눈과 귀, 손의 감각은 어둠 속에서도 야생동물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사냥할 수 있어야 하며 계곡을 건너기위해서는 통나무와 세줄다리 위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대원들은 시각, 청각, 촉각, 균형감각 4개의 베이스를 실습했다. 청각 베이스에서는 비박 쉘터 안에서 나는 5개의 소리를 알아 맞추느라 다들 진지하게 손을 오므려 귀에다 댔다. 안대를 하고 6개의 물체를 만져 알아맞히는 촉각 베이스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물컹물컹한 물체를 만진 대원들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각 코스마다 기준점을 다 통과한 반에게는 배덕포 대장이 준비한 첫 번째 선물인 파이어스틸이 지급되었다.

이어 대원들은 오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의식주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안전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음식을 해 먹기 위해 불을 피울 줄 알아야 한다.

불자리 만들기와 파이어스틸을 이용한 불 피우기 실습은 활동장에서 조준상 연맹 커미셔너(오성중 스카우트대 대장)가 맡아 진행했다.

그는 스카우트 교본에 나오는 사냥꾼 불자리와 경사 불자리, 그밖에 돌을 이용한 불자리 등 여러 불자리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리고 화로대와 파이어스틸을 이용하여 개인별로 불 피우기 실습을 했다. 활동장 주변 숲 너머로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드러나는 맑고 청아한 날이어서 낙엽과 잔가지들은 잘 말라 있었고 불이 잘 붙었다.

대원들이 비닐과 끈을 이용하여 비박잠자리 만들기를 하고 있다. 
대원들이 비닐과 끈을 이용하여 비박잠자리 만들기를 하고 있다. 

이어 비박(Bivouac) 잠자리 만들기 실습에 들어갔다. 한국스카우트 대원의 최고 급위인 범스카우트 출신 원종윤 대장(수원 사랑지역대)이 판초우의를 이용한 비박 쉘터 만들기 시범을 보였다. 이어 줄과 비닐을 이용하여 소나무 숲인 BP영지에 2인 1조로 잠자리를 만들었다.

대원들은 혹시 모를 폭우와 보온에 유의했다. 이들이 완성한 잠자리에 대해 실습을 주관한 민병인 캠프장과 원종윤 대장이 확인겸 평가를 했다.

대원들이 모두 불 피우기에 성공하고 비박잠자리 만들기 기준점을 통과하자 역시 배덕포 대장의 두 번째 선물인 이곳 오지 보물지도와 원주민들의 식량창고로 들어갈 수 있는 열쇠가 반별로 지급되었다.

잠시 휴식후 보물지도를 펼쳤다. 거기에는 배덕포 대장이 이곳에서 쓰던 생존 물품들, 프라이팬과 냄비, 고체연료, 모기와 뱀 퇴치제 등을 안전하게 숨겨놓은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대원들은 반별로 반원들과 협력하여 물품을 찾아 나섰다. 도중에 원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신속하게 움직이고 최대한 정숙했다. 배 대장에 따르면, 이 곳 원주민들은 매우 호전적이어서 외부인을 해칠지도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도 스카우트 대원답게 모두 단결력을 발휘하여 물품 찾기에 성공했다.

이어 대원들은 식재료를 획득하기 위해 지도에 표시된 원주민들의 식량창고를 찾아 열쇠로 문을 열고 침투했다.

원주민 식량 창고에 침투하여 독 거미줄을 피해서 식재료를 구하라
원주민 식량 창고에 침투하여 독 거미줄을 피해서 식재료를 구하라

침투할 때는 원주민들이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자동식 화살 장치와 인디아나 존스라도 피할 수 없는 바위 장치, 그리고 수은 웅덩이 함정 장치를 조심해야 한다. 특히 거미줄을 조심해야 하는데, 치명적인 독이 묻어 있어서 건드리면 전신마비와 같은 중독 증세를 일으킨다.

대원들은 여러 함정을 피하며 침투해 들어가 어렵사리 쌀과 고기, 식빵과 소시지 등 원하는 식재료를 얻었으나 그 과정에서 많은 반원들이 중독되었다. 부상당한 반원을 살리고 획득하지 못한 식재료를 마저 얻기 위해서 모든 반이 배 대장이 준비한 비단 주머니의 두 번째 쪽지를 펼쳤다. 거기에는 반원들이 합심하여 스카우트의 12 규율을 낭송하라고 되어 있었다. 반별로 12 규율을 낭송하자 원종윤 대장이 해독제를 가지고 나타났고, 이를 먹은 반원들은 모두 완치되었다.

민병인 강사가 파라코드줄과 카라비너를 이용한 손잡이끈 만들기 지도를 하고 있다 
민병인 강사가 파라코드줄과 카라비너를 이용한 손잡이끈 만들기 지도를 하고 있다 

반별로 저녁식사를 위한 불을 피우고 취사에 들어갔다. 원주민의 식량창고에서 취득한 돼지 목살과 소시지를 석쇠에 구웠다. 그리고 낮에 새둥지를 뒤져 찾아낸 새알 (달걀로 대체)에 구멍을 내고 속을 빼낸 다음 그 속에 쌀과 물을 넣고 밥을 지었다. 이 레시피 역시 배 대장의 편지에 잘 설명되어 있었다. 저녁식사를 끝으로 첫날 일정을 모두 마친 대원들은 외투를 꺼내 입고 각자 자유롭게 미처 완성하지 못한 잠자리를 손보거나 삼삼오오 불 자리에 모여 앉아 휴식을 취했다.

초승달과 별이 빛나고, 숲 속에서는 이따금씩 밤톨과 잣송이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Kim's Game을 통해 더욱 예민해진 오감을 곤두세우자 벌레들의 날개 부딪치는 소리와 솔수펑에서는 산새의 외로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대원들은 모처럼만에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나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별똥별이 떨어지면 빨리 구조되도록 소원을 빌었다. 다들 대자연 속에서 우주의 삼라만상이 운행하는 신비한 기운을 느끼며 행복했다. 그러나 내일의 새로운 생존을 위해 잠자리에 들어야 했다. 이들의 따뜻한 잠자리를 위해 박혜정 연맹 커미셔너(김포지역대 단대장)와 김홍기 연맹국장은 물을 끓여 유단포 주머니에 담아 지급하느라 분주했다.

불멍 -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휴식
불멍 -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휴식

밤새 영지를 감쌌던 어둠이 걷히고 캠프 마지막 날의 새벽 여명이 밝아오자 가을을 재촉하는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숲이 가진 향기와 호수가 주는 운치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 대원들은 비박잠자리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하나둘 잠에서 깨어났다. 비닐로 겹겹이 싼 잠자리는 비 샐 틈이 없었다. 반장을 중심으로 비옷을 입고 나와 간밤의 잠자리를 정리했다. 세면을 마치고 단복을 단정하게 입은 대원들은 반별 타프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며 2일 차 일정을 시작했다.

어제 원주민 식량창고에서 취득한 소시지와 식빵을 고체연료를 이용하여 굽고, 달걀 프라이와 딸기잼, 신선한 주스를 곁들여 맛있는 아침식사를 했다.

이어 대원들은 박유소 대장(수원 사랑지역대)의 지도로 활동장에 모여 파라코드 줄과 카라비너를 이용한 손잡이 끈을 만들었다. 이 끈은 생존뿐 아니라 앞으로의 스카우트 활동에서 여러모로 유익하게 쓰일 것이다.

이렇게 하여 1박2일 동안의 ‘유한도전! 생존캠프’ 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반별로 타프를 걷고 테이블과 의자를 비롯하여 지급받은 생존 물품 일체를 반납했다. 아울러 머물렀던 주변을 모두 말끔하게 정리하고 오직 '10월의 어느 멋진 날' 에 신성한 대자연 속에서 행복했던 추억만을 간직했다.

대원들은 폐영식을 마치고 정든 반원들과도 이별의 악수를 나눴다. 언제나 그렇듯이, 첫날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우면서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화로대와 파이어스틸을 이용한 개인별 불피우기 실습
화로대와 파이어스틸을 이용한 개인별 불피우기 실습

폐영식에서 대원들을 대표하여, 1반 반장으로 봉사한 김이은 대원(성남 남한산성지역대 벤처스카우트)은 “이번 캠프가 단위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여러 활동을 해봄으로써 색다른 재미와 보람을 주었고, 스카우트 활동에 대해 더욱 매력을 느끼며 매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라고 캠프를 마친 소감을 이야기 했다.

이번 캠프의 운영요원들은 2번의 사전 회의와, 캠프 전날 입소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프로그램 운영의 캠프를 치르며 다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관리부장을 맡아 수고한 김보윤 대장(김포 평화지역대)은 “이번 캠프를 통해 참가 대원들이 생존에 필요한 여러 기능과 지식의 습득뿐 아니라, 스카우트 활동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마음가짐이 한층 깊어져 진정한 스카우트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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