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미래 환경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 ‘찬란하게 울리는’展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주제로 한 미디어전 찬란하게 울리는을 지난 14일부터 시작해 오는 129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선보인다.

▲ ‘찬란하게 울리는’ 기획전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12월 9일까지 선보인다.
▲ ‘찬란하게 울리는’ 기획전이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12월 9일까지 선보인다.

찬란하게 울리는은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주목하여 지금의 위기를 전환하고, 공생의 가능성을 찾고자 마련했다.

광교호수공원이라는 도심 속 자연 생태 속에 자리하고 있는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우리의 미래와 환경에 대한 예술적 담론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조망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대 예술가들은 에이스트릭트를 비롯해 한국 현대미술의 혁신을 이끄는 박형근, 부지현, 양민하, 장종완, 전소정 등 총 6()의 작가로 미디어, 설치, 사진, 회화 등 총 2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인류가 직면한 생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공존해야 하는지 1중첩된 교차2울리는 공생으로 나눠 그 해답을 찾게 한다.

1중첩된 교차는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지금을 탐색한다.

인류가 자연을 입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과거와 공생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현재를 중첩시켜 포스트 휴머니즘, 자연 생태 등 다양한 층위의 사유를 제시한다.

전소정, 양민하, 에이스트릭트의 작품을 만나본다.

▲전소정 '그린 스크린'-단채널 비디오 2021
▲전소정 '그린 스크린'-단채널 비디오 2021

전소정 작가는 일상적인 삶의 이야기를 소재로 영상·설치·드로잉·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한국전쟁 이후 70여 년간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비무장지대(DMZ)를 조망한 작품 <그린 스크린>을 선보인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과거 전쟁의 상흔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완충지대이자, 인간의 흔적이 거의 없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공간으로 불리는 중간지대이다. 작품 속 고요하고 푸르른 습지의 모습은 자연과 인류에 대한 이상향과 함께 미묘한 김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양민하 'BEING·빙·氷' 2022 단채널비디오
▲양민하 'BEING·빙·氷' 2022 단채널비디오

양민하 작가는 도시·자연·기계 등 현실의 다양한 요소를 가상으로 끌어들이며 예술적 가치로 치환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인 <빙빙빙(BEING··)>은 인류가 오랜 시간 구축한 유산을 책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얼음이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된 책은 아래로 떨어지며 켜켜이 층을 쌓다가 이내 무너져 내리고 다시 무너진 파편들은 축적되면서 새로운 모습을 완성한다. 이는 인류 유산의 생성과 소멸 과정이 우리가 마주할 새로운 생명력과 태동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에이스트리트릭트 '모란도', 2021-2채널 비디오
▲에이스트리트릭트 '모란도', 2021-2채널 비디오

에이스트릭트(a’strict)가 선보이는 모란도는 국내 최초 공개작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작품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처음 선보였다. 에이스트릭트는 최근 압도적인 몰입도로 미디어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디스트릭트(d'strict)’의 아티스트 유닛 그룹이다.

모란도는 윤회하는 모란을 담은 공감각적 작품으로, 엑스레이(X-Ray) 기법을 활용해 꽃잎 하나하나의 처음과 끝을 보여준다.

모란은 예로부터 생명의 시작과 끝을 담은 부귀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화려한 붉은색을 가진 모란 꽃잎이 피고 지는 모습을 통해 인류와 자연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생명의 순환을 사유하는 방식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2울리는 공생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와 자연의 위기를 극복하고 관계 회복의 방안을 모색한다.

현재의 시간에 울려 퍼지고 있는 생태학적 가치로부터 대안적 이해와 서술을 찾아 다양한 존재들과의 공존의 방법과 전술을 질문하고 탐색한다.

박형근, 장종완, 부지현 작가의 작품을 만나본다.

▲빅형근 텐슬라스 94원을 위한 원 2022-c프린트
▲빅형근 텐슬라스 94원을 위한 원 2022-c프린트

박형근 작가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어 간과했던 미시적인 존재를 드러내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사진 <텐슬리스(Tenseless)> 연작을 선보인다.

이번에 소개하는 연작들은 강렬한 색감과 지질학적 시간이 중첩된 상황을 몽환적인 분위기로 연출해 자연, 인간, 사회 등 지각하지 못했던 대상과 그 이면에 내재한 다양한 모습을 인식할 수 있다.

▲장종완 점잖은 암시 2022
▲장종완 점잖은 암시 2022

장종완 작가의 출품작 <점잖은 암시>는 현시대의 인류가 지닌 불안을 따뜻하지만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평화로운 풍경을 배경으로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가득한 화면 구성은 자연과 인류에 대한 작가 특유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야생동물의 모습과 화려하지만 기이한 모습을 한 식물들은 인간 중심 사회의 위태롭고 불완전한 현실을 보여주며 자연에 대한 변화된 사유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부지현 Where is it going 2022
▲부지현 Where is it going 2022

부지현 작가는 바다와 생명에 대한 설치 작품 <Where is it going>을 선보인다. 물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방울로 인해 발생하는 물의 파장과 그림자의 움직임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물의 순환에 대하여 다시금 깨닫게 한다.

2000년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J. Crutzen)은 인류의 자연 파괴로 인하여 환경의 체계가 급격하게 변화된 시대를 인간이 지배하는 지질시대, 인류세라고 언급했다. 인류세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20여 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과 맞선 인류세에 살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인류세 개념은 인간 중심적 사고로 자연을 바라보았던 과거의 담론과 자연과 함께 공존하고자 생태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재의 담론이 중첩되어 교차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 생태에 대한 개념을 과거, 현재, 미래가 중첩되고 확장된 시선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더욱 다층적으로 사유하기를 제안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대한 탐색과 고찰은 생태 위기의 전환과 자연과의 관계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나온 날들과 다가올 날들을 다각도로 탐구하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시선은 자연과 인류에 대하여 고민하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아가 인류를 향하여 찬란하게 울리는 생태학적 가치의 파동을 경험하고, 다가올 시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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