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세에 신작으로 개인전을 여는 작가의 열정, 매우 돋보여

 

지난 달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백지숙 관장)에서 한국 1세대 여성조각가 김윤신의 개인전 김윤신 : 더하고 나누며, 하나가 서울시립 미술관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작가의 60년대와 파리 유학시절 석판화와 70년대 한국에서의 목조각 80년대부터 2015년 까지 아르헨티나 현지에서 제작한 단단한 나무조각, 멕시코와 브라질에서 제작한 준보석과 돌조각, 지난해 귀국해 경기도 화성 봉담에서 한국의재료로 제작한 최신작까지 총 80점 가까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1,2층 각 방마다 전시작품 설명과 함께 아카이브 사진 자료, 인터뷰와 작품제작영상을 곁들여 일반인들이 감상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아르헨티나의 대자연을 담은 나무조각품과 회화 작품들이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김윤신 : 더하고 나누며 , 하나'를 기획한 남서울미술관 방소연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통해 김윤신작가의 예술세계를 더 깊고 다양하게 연구, 조망하는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우리나라 1세대 조각가 김윤신은 1984년 아르헨티나를 거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국내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료의 특성을 살리는 그의 독창적인 조형감각은 시대와 지역을 뛰어 넘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목조각, 석조각, 석판화,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탐구를 계속해온 김윤신작가의 예술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가운데가 김윤신 작가
가운데가 김윤신 작가

김윤신 그는 누구인가?

1935년 원산(북한)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5년 뒤 1964년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조각과 석판화를 전공한다. 그 사이 한국에서 한국여류조각가회를 설립했다. 작가는 1983년 상명여대 교수 시절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조카를 보러 갔다가 광활한 대지와 풍부한 조각 나무 소재에 매료돼 정착하게 됐다고 한다.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했다. 김윤신은 1988년부터 1991년 까지는 멕시코, 2001년부터 2002년 까지는 브라질에서 새로운 재료(오닉스)에 대한 탐구를 계속한다. 이런 여정은 88세를 맞이한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다. 2008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작가의 이름으로 개관도 했다. 김윤신 미술관은 2010년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 시 정부가 주관하는 미술관의 참여 미술관으로 선정되어 지역사회의 문화적 기여에 대한 공로상을 수상했다.

김윤신작가 왼쪽 '대지의 생명력' 브론즈 오른쪽 '노래하는 나무' 알미늄에 채색
김윤신작가 왼쪽 '대지의 생명력' 브론즈 오른쪽 '노래하는 나무' 알미늄에 채색

남서울미술관 정원에 설치된 두 점의 야외조각은 최근 은행나무로 조각한 목조각을 각각 브론즈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하여 채색한작품으로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전시를위해 새롭게 제작된 야외조각이다.

위 왼쪽은 서울남서울미술관 정원에 설치된 '대지의 생명력'은 나무를 전기톱으로  자를때 생긴 톱자국과 끌자국이 리얼하게 브론즈로 캐스팅되어무게감을 더해준다. 오른쪽은 알루미늄으로 캐스팅한 '노래하는 나무'다. 각각의 단면에 원색을 채색하여 봄기운과 함께 대지에 피어오르는 생명의 다채로움을 노래한다. 

 

 '예감' 석판화: 1967년 판화지에 석판
 '예감' 석판화: 1967년 판화지에 석판

<예감> 1964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조형적 세계를 확장한다. 당시 파리에는 이응노, 한묵, 문신 등 여러 선배작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김윤신은 다양한 사조를 접한다. 김윤신은 급작스런 지도교수의 죽음으로 조각과에서 판화과로 전과해 판화에 푹 빠지게 된다. 당시 석판화 제작 예감은 최우수 학생작품으로 선정되어 파리의 TV에서도 소개된다.

 

석조각 '합이 합일 분이분일' 오이닉스 개인소장
석조각 '합이 합일 분이분일' 오이닉스 개인소장

<우주의 시간>가장 힘들었던 석조각에 대해 소개한다. 작가는 멕시코에서 새로운 재료 오닉스라는 재료에 매료된다. 이에 1988년부터 1991년 까지 오닉스 산지에서 작업장을 마련한다. 오닉스는 준보석으로 분류되는 경도 7의 단단한 광물질이다. 때문에 힘들고 혹독한 작업을 하게 된다. 오닉스를 절단한 후에야 진짜 속살을 볼 수 있다. 평범한 겉면과 대조되는 안쪽 색깔의 품부함이 여러 종류로 마치 오묘한 우주를 감추고 있는듯하다. 자연스러운 돌의 표면과 인위적으로 재단해내 안쪽 면을 조화시켜 우주적 힘의 질서를 표현하고 있다.

 

목조 작품들 '합이합일 분이 분일' 시리즈의 본격적인 전개
목조 작품들 '합이합일 분이 분일' 시리즈의 본격적인 전개

<더 하고 나누며, 하나>한국 1세대 조각가로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김윤신(87) 작가는 1970년대부터 오랫동안 추구해온 개념으로 연작 제목인 '합이합일(合二合一)분이분일(分二分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두 개체(合二)가 하나(合一)로 만나며 그 만남은 성장된 분으로 나누어 다시 분일을 의미 한다'는 생각으로 구현한 조각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톱으로 나무에 공간을 잘라내고 순간 주어진 물질과 내가 하나가 된다. 또 그 둘의 어울림 속에는 나눔이 있다.

나눔의 근본이 뭐냐 하면 사랑이다. 서로 주고 받는 나눔이 있어야 따뜻함이 이뤄지는 거다."하고 말하면서 그는 "모두가 존재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사랑"이라며 "풀 한 포기도 사람이 가꾸지 않으면 죽는다, 그게 사랑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등을 생각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통나무든 돌이든 이리 베고 저리 잘라 수많은 면이 생겨도 그것은 여럿이 아니라 하나이고, 늘 하늘을 향하고 진리를 좇고 있다고 믿는 작가의 신념이 묻어 있는 조각이다.

힘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하는 김윤신 작가
힘든 와중에도 인터뷰에 응하는 김윤신 작가

바쁜 와중에도 김윤신 작가와 안터뷰를 했다. “나와 재료가 합쳐져서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내 생각과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재료를 보면서 생각하고, 조형적으로 자르고 시작하는 것이다. 내 생각과 내 모든 것이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나와 이것이 하나가 되는 작품이 된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나무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는 나무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작가는 여전히 예술가로서 재료 손질부터 직접 한다. 무거운 나무를 옮기는 일도, 톱질도 거뜬하다. 고령에도 청년 같은 열정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다른 많은 예술인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정성을 다하고, 진심을 다하는 게 예술가의 본분이라 생각하고 인생은 담담하지만 그 속에 열렬한 뭔가가 있다. 어느새 여든을 훌쩍 넘기고 보니, 작품만 하고 살았던 삶이 오히려 부자 같은 삶이었다고 말하는 작가이 모습은 감동을 주는 '참예술가'였다.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박선생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박선생

제게 많은 평안과 생명의 에너지를 느낀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단단한 나무 빨로산또, 알가로보, 게브라초 재료들로 제작된 조각작품들은 활력과 생기를 느끼게 해 너무좋다고 박선생은 말했다.

아르헨티나 외교관 퇴직공무원 박완수씨의 인터뷰
아르헨티나 외교관 퇴직공무원 박완수씨의 인터뷰

아르헨티나 외교관 퇴직 공무원 박완수씨는 알가로브는 아주 단단한 나무인데 직접 그 산지로 가서 작품을 하고 좋은 작품을 제작한다. 무에서 창조를 한다는 느낌으로 하나 둘 쪼개서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독특한 작품철학을 가지고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김윤신 조각가는 우선 재료가 있으면 재료와 대화를 나눈다. 어떤 나무인가, 어떤 향이나고 얼마나 단단하며 어떤 생명력을 갖고 있는가, 그걸 완전히 파악한 후에 톱으로 순식간에 가르고 나누며 작품을 만든다.

대형 회화 작품
대형 회화 작품

<노래하는 나무> 평면작품과 함께 2022년 이후 한국에 머물면서 제작한 최근의 작품이다. 은행나무, 호두나무, 느티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나는 나무를 사용해 조각하였고 두점은 그림을 그리듯 채색 작업도 시도했다. 80대 후반의 작가 그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40년 만에 찾아온 한국에서 자신의 깊은 곳에서 울려나오는 영혼의 소리 생명력, 사랑과 나눔을 나무를 빌어 노래하고 있다.

퍼포먼스에 등장한 친구들과 김윤신 작가
퍼포먼스에 등장한 친구들과 김윤신 작가

현대무용가 김남식 교수가 기획하여 김윤신작가에게 헌정한 퍼포먼스다. 제목은 거룩한 나무들이다. 위에서부터 들리던 노래 소리 정가, 몸을 통해서 만드는 소리 현대 무용, 몸이 끓어 오르는 열정 에너지가 끓어 오르는 것을 춤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악기 생황이 곁들여진 작품이다. 정갈한 정신 영혼 마음에서 나오는 소리를 표현했다. 쪼아내는 열정 김윤신이라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열정적인 작가정신 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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