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술공간 아름에서 사진전 '산성유감'을 한다.

예술공간 아름에서 이상곤 작가의 미완별곡'산성유감' 사진전이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보은 삼년산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보은 삼년산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작가

사진작가 이상곤은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났다. 금강을 막고 들어선 대청댐으로 인해 고향에서 쫓겨난 수몰민이다. 단절은 그의 작업의 화두이다.

한반도는 성곽의 나라다. 외침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성이 많다. 아무리 성곽이 많아도 남쪽에 있는 것만 찍는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이 사진전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 작가는 "산성을 딱히 좋아하는 것은 아닌데 산성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래서 전시 제목을 '산성 유감'이라고 했다. 산성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산성보다 산성에 올라가 내 생각을 찍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국에 있는 산성들을 둘러보고 그 일부를 성곽이 있는 수원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

사진을 가까이하고 작업을 해서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 기쁨이다. "카메라를 들고 있을 때에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을 찍기 위해 피사체에 다가가면 흥분이 된다. 그 자체가 너무 기쁘고 즐겁고 욕심이 생긴다. 사진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90년대부터였다. 사진 작업을 시작하기는 10년 정도 됐다."라고 그는 말한다.

삼년 산성 앞에선  이상곤 사진작가
삼년 산성 앞에선  이상곤 사진작가

작가는 미완별곡 시리즈를 3편으로 계획하고 있다. 1편은 지난해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했고 이번이 2'산성유감'이다. 내년에 3편을 전시할 계획이다. 북한의 산성을 지금 촬영할 수 없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배어 있는 사진전이다.

조형기 사진작가는 "우리나라 성은 글자 그대로 기록이고 역사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성이 많은 나라다. 성을 쌓느라고 수많은 민초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힘든 작업인데 그것을 잘 다스렸다. 모든 것이 현장에 답이 있다" 면서 "민초들의 한이 서려있는 성이 쓸모가 없어지고 제 기능을 못하게 된다"고 회한을 말했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는데 마주한 첫 번째 사진은 강화도에 있는 '강화산성'이었다. "몽고족의 날카로운 창끝도 피해 나가고 외침도 잘 버티었는데 병자호란 때 청나라 군대에게 함락되다니 견딜 수 없었던가? 안타깝다"라고 작가는 말했다.

두 번째 사진이다. 고양에 있는 북한산성이다. "바위가 험하다. 빈 몸으로 올라가는데도 숨이 턱에 차는데 저 암벽위에 성을 쌓기 위해 큰 돌을 쌓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사진을 찍었다.

난공불락의 천해의 요새 공주에 있는 공산성
난공불락의 천해의 요새 공주에 있는 공산성

공주에 있는 공산성이다. "흐르는 금강과 가파른 경사를 이룬 공산이 난공불락이라 했는데 천해의 요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백제의 패망은 막지 못하였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산에 있는 '독산성'은 권율 장군이 주둔한 곳이다. 세마대(洗馬臺)라고 흰 말을 흰 쌀로 씻기는 기만전술로 왜병들을 물리쳤던 권율 장군의 기지이다. 전설이 있는 산성도 세월을 이길 수 없는 모습이다.

상주에 있는 견훤산성도 눈에 띈다. 작가는 "저 앞에 속리산 고봉들의 웅장한 파노라마이다. 후백제 견훤의 낡고 쇠락한 성벽의 잔해가 얼마나 대조적인가? 견훤의 흉내를 좀 내보았다."라고 설명했다.

 

남원에 있는 교릉산성
남원에 있는 교릉산성

남원에 있는 교륭산성도 보였다. 동학을 창시한 최재우 선생이 은적암에서 교리를 완성했다. 동학의 결의가 완성된 후에 동학도들이 이곳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가. 이 사진에서 나무는 현실이고 그림자는 허상이다. 비슷한 형상이지만 서로 다르다. 이 사진이 가장 맘에 든다면서 작가는 말했다.

김포에 있는 문수산성은 북한 임진강하고 한강이 만나는 곳이다. 조강(강의 조상)이라고 한다. 옛날에는 왕래가 가능했으니까 남북한 사람들이 고기를 잡으러 오가는 활성화되었던 곳이란다. 물고기는 왔다 갔다 하는데 사람은 못한다. 이곳에는 숭어가 많다. 소금이 흐르는 강 '염하'라고도 한단다. 프랑스 함대의 포격으로 성문이 붕괴되었던 산성 성루에는 이제 사람들이 강 건너 북녘 땅 분단된 산하를 말없이 바라보는 일만 할 뿐이다.

서울에 있는 아차산성 사진도 있다. 전략적 요충지를 차지하려는 한강유역 삼국시대부터 전쟁터로 심했는데 요즘은 전의 전쟁이 심하게 벌어지는 곳이 되었다.

강원도 치악산 꼭대기에는 영원산성이 있다. "단풍을 임진왜란 때 죽은 병사들의 피라고 생각하고 찍었다. 왜병과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병사들의 원한이 맺혀 핏빛 단풍으로 물들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민초들의 고생을 보는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
민초들의 고생을 보는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

보은에 있는 삼년산성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1491패의 수성 기록을 가진 난공불락의 요새이다. 성을 3년 만에 쌓았다는 얘기다. '짧은 시간에 쌓느라고 민초들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하고 생각했다. 삼국시대 산성으로 지금까지 유지되는 것이 대단하다.

 

예술공간 아름(수원시 팔달구 정조로 834, 2)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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