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첫 만남(입학) - 1971년 생 이별(졸업) - 2023년 뜨거운 만남

여주 명성황후 생가 앞에서 촬영(중앙 빨간색 옷이 이장우 회장)
여주 명성황후 생가 앞에서 촬영(중앙 빨간색 옷이 이장우 회장)

세종대왕 탄신일이며 스승의 날이 지난 16일,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53년 만에 52명의 친구들이 영릉을 찾았다.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

1969년 국가고시인 예비고사를 합격하고 국립 교육대학에 입학하여 2년(1982년부터는 4년제로 승격됨)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함께 수학한 동기들이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수다를 떨며 담소(談笑)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역사에 길이 남을 세종대왕 릉 전경
역사에 길이 남을 세종대왕 릉 전경

1971년 졸업과 동시에 경기도 전 지역(인천 포함)의 학교에 발령받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교육현장에서 열정을 불태우던 용사들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많은 친구들은 학업의 갈증을 풀기 위해 주경야독으로 학업을 계속하여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여 중등이나 대학으로 가르침의 발판을 넓혔다.

이런 친구들이 개인의 건강, 가정사정으로 중도에 명예퇴직을 하거나, 정년까지 교사. 교감. 교장. 교육장 .대학교수 등 다양한 직책을 가졌어도 지금 만나면 모두가 "친구야, 야 너, 000야!"로 소통을 한다.  

마침 회장을 맡아 봉사하는 이장우(전 안양시 교육장)가 여주에 둥지를 틀고 있어서 이번 모임은 영릉과 여주일대를 답사하며 친목을 다지기로 하였다.  인천친구들이 여주역에 도착하면서 시끌벅쩍하고 분주해 졌다.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에 나이테가 깃든 얼굴들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묵은 얘기 보따리 풀기에 여념이 없다.

"000는 무엇이 급해서 벌써 갔대?"

"* * *는 요즘 몸이 불편해서 참석하지 못했어!"

"우리는 건강관리를 잘 해서 오랫동안 만나자." 

70중반을 넘기고 80을 바라보는 신중년(?)이지만 표정과 생기는 50여년 전과 별다를바 없다.

인천지역(회장 문광영, 전 경인교대 교수)에서 대절해온 버스를 타고 영릉으로 향했다. 우리나라의 조선시대 42기 왕릉중 40기가 2009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2기는 북한에 소재)

신륵사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에 오신 관세음보살님
신륵사 경내에 있는 은행나무에 오신 관세음보살님

영릉(英陵)은 전국민들이 존경하는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그의 비(妃) 소헌왕후를 동봉이실로 모신 합장릉이다. (인근에 위치한 제17대 효종과 그 비 인선 왕후를 모신 영릉(寧陵)과 구분 됨)

혼천의
혼천의
자격루
자격루

매표소를 들어서며 잘 정비된 광장에 설치된 혼천의, 간의, 적도의, 소간의, 자격루, 앙부일구, 일구대, 규포, 혼상, 관천대, 현주일구, 정남일구, 천평일구, 수표, 천상열차분야지도, 혼천의가 시선을 끌고 발길을 붙잡는다.

친정아버지도 초등교원으로 근무하셨다는 박암평 문화관광해설사는 밝고 온화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세심하게 안내를 하였다. 홍살문을 지나서 보도를 걷는 법, 정자(丁字)각으로 계단을 오르는 법도 새겨 들었다.

허리를 많이 굽혀 정자각 창문너머로 보이는 릉과 눈인사를 하고 목례의 인사를 올렸다. 문화재 관리를 위해서 잔디밭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옆 참배로를 따라 릉 옆에 가서 관람을 하였다.

정자각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다.
정자각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다.

교과서, 잡지에서 그림으로 보던 여러가지 유물을 보며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며 애민정신을 이해하고 역사의 숨결을 느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사업관계로 서산에 거주하면서 전화, 카톡으로 참석을 권고하고 행사준비에 땀흘린 박옥순 총무는 "20~30년 전에 학생들을 인솔하여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는데 많이 달라져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먼 곳에서 서둘러 온 친구들을 배려하여 예약된 식당으로 갔다. 여주의 명산품인 진상미 임금님표 쌀로 지은 맛있는 밥과 식당에서 정성껏 준비한 푸짐한 반찬들이 입맛을 당겼다.

식사를 마치고 1963년 대한민국의 보물로 지정된 천년고찰 신륵사로 갔다. 각종 보물, 유적들을 두루 살피며 경내를 산책하였다.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이다.

경내의 은행나무에는 '관세음보살님' 형상이 나무가지 사이에 있어 신비롭게 느껴졌다. 어려운 시간을 내어 여주까지 왔다며 명성황후 생가를 찾아 보았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는 초대 회장을 지낸 김성필(전 인천 함박초 교장)동기가 품격있으며 유머러스한 퀴즈프로를 진행하여 정답자에게는 귀중한 선물을 전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전 장안대 겸임교수, 문인화 작가, 서예가로 활동하는 이동렬은 자신의 저서 '이동렬의 문학과 삶'을 참가자들에게 증정하여 박수를 받았다.

헤어지는 친구들의 손에는 이장우 회장이 마련한 부부커플용 머그컵과 여주시 안내책자, 수원인 8회에서 준비한 기념타올이 전해졌다.

강화에서 달려온 이면호, 충북 청주에서 온 박노일, 기념타올을 싣고 온 한민희, 일산에서 인근의 친구들을 태우고 운전하여 온 최재운(전 부천 약대초 교장, 세계해동검도 인천시협회장), CC인 송경수 김난영, 최만선 김영래, 이택수 김은희, 윤병환 송미현, 이동렬 이경자 부부 등 모두가 반가운 친구들이었다. 

함께 나누며 베푸는 마음 씀씀이가 더욱 고맙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도자기  체험,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황포돛대 승선, 여주보의 맑은 물, 신선한 공기속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간관계로 서로의 건강을 기원하며 다음 만남을 약속하고 섭섭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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