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사도의 작은 예배당이 있는 곳,기점도.소악도의 순례길을 찾아서 !

 

순례자의 섬(왼편으로부터 진섬, 소악도, 소기점도, 대기점도, 병풍도로 이어진다. 
순례자의 섬(왼편으로부터 진섬, 소악도, 소기점도, 대기점도, 병풍도로 이어진다. 

6월 24일 아침 7시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한 달 전에 집사람과 바오로 성지 순례 여행사에서 성지순례를 하는데 함께 가기로 약속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당역에서 출발한 버스지만 교통 편의상 동천역에서 승차했다.

출고한 지 한달이 되었다는 31인승 우등버스는 순례자 15명을 한 가족같이 단촐하게 태우고 섬티아고로 향했다.

섬티아고는 스페인 산티아고를 생각하고 신안군 기점도와 소악도에 12사도 성인들의 이름을 따서 순례길을 만든 곳인데, 조계종을 중심으로 불교계에서 가고 싶어도 가톨릭 성인들의 이름으로 되어서 갈 수가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여 지금처럼 베드로의 집을 건강의 집과 같이 고쳐 부르게 되었다.

이번 순례길에는 김 * *(여, 단샘초3년, 10세), 육 마리아(여, 88세, 서울) 등 연령대가 다양하였다. 부모와 함께 참여한 김 * * 학생은 음악에 맞춰 상큼하고 발랄한 댄스로 어른들의 사랑과 박수를 받았고 전원일기에 출연한 김혜 * 의 친정어머니 육 마리아씨는 고령에도 허리가 꼿꼿하고 심신이 반듯하여 모두가 놀랐다.

행사를 이끄는 이규숙 카타리나의 외손자 서현민(남, 능동중 1년)은 이번이 4번째 순례길이라며 길라잡이를 자청하였다. 2살때 유아세례를 받은 서현민은 동탄 숲속성당에서 복사(服事) 역할을 맡고 있는데, 성격이 밝고 기본이 잘 갖추어진 멋진 학생이었다.    

불갑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꽃살문
불갑사 대웅전의 아름다운 꽃살문

'법성포'에 도착하니 시내 곳곳이 온통 굴비가게 천지였다. 보리굴비, 굴비탕 등 푸짐한 굴비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식사를 마치고 여객선 승선 시간에 여유가 있어 불갑사를 들렸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불갑사는 1600여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인도승(僧) 마라난타 존자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하고 최초로 창건한 사찰이다. 보물 제830호로 지정된 대웅전의 연화문, 모란문, 국화문, 보상화문 등의 꽃살문이 아름답고 목조삼세불좌상과 불복장전적이 보물로 지정된 중요 문화재이다. 

동(東)에는 불국사, 서(西)에는 불갑사라는 말로써 산수의 풍광과 장려함이 대비되기도 한다. 불갑산은 천연기념물 참식나무 군락지와 전국 최대규모의 상사화(꽃무릇) 군락지가 있으며, 매년 9월 중순에는 꽃이 피었다가 져야 잎이 나와서 꽃과 잎은 서로를 볼 수 없는 기구한 운명의 상사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불갑사 관람을 마치고 송공항으로 이동했다. 송공항에서 천사아일랜드호(360 t) 정기여객선(차량도 함께 이용)을 타고 대기점도에 도착했다. 섬티아고 순례길은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에 12사도 이름을 딴 건축미술 작품들이 있다.

붉은 벽돌, 뾰족한 철탑이 매력적이다.
붉은 벽돌, 뾰족한 철탑이 매력적이다.

섬 모양이 기묘한 점(點) 모양처럼 보여서 '기점도',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 해서 '소악도'라 불린다. 4개의 섬과 섬 사이에는 노둣길로 이어져 있다. 노둣길은 지역 주민들이 돌덩이를 운반하여 길을 만들기 시작하고 행정기관이 나서서 둑을 쌓고 포장하여 일반 차량도 다닐 수 있도록 이루어진 길이다.

대기점도에서 노둣길을 건너면 제법 큰 병풍도가 있는데 9월 맨드라미 축제때는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전라남도는 중도면이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순교자인 문준경 전도사와 관련된 역사 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점에 착안하여 '순례자의 섬'으로 주제를 정하고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했다.

'대기점도' 민박집에 짐을 풀고 본격적인 순례길에 나섰다. 밀물때는 갈 수 없는 딴섬의 12. 지혜의 집(가롯 유다)을 시작으로 하여 12곳을 모두 순례하였다.

1.건강의 집(베드로) 2.생각하는 집(안드레아) 3.그리움의 집(야고보) 4.생명평화의 집(요한) 5.행복의 집(필립) 6.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7.인연의 집(토마스) 8.기쁨의 집(마태오) 9.소원의 집(작은야고보) 10.칭찬의 집(유다 타대오) 11.사랑의 집(시몬) 12.지혜의 집(가롯 유다)

생각하는 집(안드레아)길고양이를 섬의 수호신으로 상징화, 두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임
생각하는 집(안드레아)길고양이를 섬의 수호신으로 상징화, 두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임

화려하거나 웅장하지 않은 작은 섬에 약 12km 의 순례길을 따라 곳곳에 조그마한 건축마을 작품들이 만들어져, 종교를 떠나 모든 여행자에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신만의 성소가 되기에 충분하였다. 이 곳은 유네스코 지정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성당이나 사찰은 없고 교회는 2곳이 있는데 여자 목사님 한 분이 시차제로 운영한다고 한다.

이중섭 화가의 회고전을 감상하는 순례자 한 엘리사벳
이중섭 화가의 회고전을 감상하는 순례자 한 엘리사벳

이튿날 옛 학교 분교터를 이용하여 만든 갤러리 노두문화공방을 찾았다. 갤러리에서는 이중섭 화가의 다양한 작품 회고전이 2022년 10월1일부터 열리고 있었다. 주민도, 방문자도 많지 않은 곳에서 이중섭 화가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어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뜻밖의 기쁨을 안겨준 작품 관람을 마치고 기점도 선착장에서 여객선으로 송공항에 도착하여 뻘낙지 거리의 식당에서 낙지 비빔밥으로 점심 식사를 한 후 퍼플교로 향했다.

퍼플섬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버들마편초 꽃동산
퍼플섬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버들마편초 꽃동산

퍼플교(보랏빛. Purple 橋)를 건너는 다리부터 퍼플섬에는 온통 보라색 천지였다. 버들 마편초 꽃밭과 모든 시설, 물건들이 보라색으로 통일되어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유명한 곳으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천사 아일랜드호에서 바라본 7.22km나 되는 천사 대교가 아름답다.
천사 아일랜드호에서 바라본 7.22km나 되는 천사 대교가 아름답다.

퍼플섬 트레킹을 마치고 압해도와 암태도를 연결하는 천사대교(2019년 개통, 국내 최초 사장교와 현수교를 동시에 배치, 7.22km)를 건너서 귀가길에 올랐다. 길지 않은 1박 2일의 시간이었지만 차분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1박 2일 동안 순례길을 함께 한 참가자들이 기쁨의 집 앞에서 촬영했다.
1박 2일 동안 순례길을 함께 한 참가자들이 기쁨의 집 앞에서 촬영했다.

*지면관계로 12사도의 이름을 딴 건축미술 작품들은 제 2편에서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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