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 화면에 집중하게 되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개운해진다. 집에서 TV로 보는 영화는 집중력이 떨어져 근본적으로 느낌이 다름을 경험한다. 이번 추석 연휴는 너무도 길고 긴 자유 시간의 연속이었다.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더 없는 좋은 기회였다. 작년 이맘때인 추석에는 두 편의 영화를 깊은 감동으로 보았다. 이번 추석에도 역시 영화 두 편을 감상하였다. 누군가가 영화는 ‘인생의 단편’이라고 했다. 영화를 통해 내 삶을 조명해 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부부처럼 60대 부부가 영화관에 자주 가는 경우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처음에는 함께 영화 가는 것이 어색해 주저하였다. 대부분 영화관은 젊은 가족 단위로, 연인끼리, 친구와 함께, 젊은 부부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고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 속에 끼여 있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로서는 영화를 보는 그 시간이 어쩌면 아깝게 느껴지는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영화도 내용이나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많은 관객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가 예술성과 그 가치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단골 고객이 되어 혜택도 많이 받고 있다. 어떤 경우는 무료 VIP우대를 받는다. 조조시간에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낮에 보는 영화보다는 심야에 가까운 밤 10시 30분 시작의 영화를 즐긴다. 끝나면 자정이 지나기 때문에 아침에는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첫 번째로 본 영화는 20년 전 죽음으로 몰았던 가수 김광석의 죽음을 두고 펼쳐지는 영화였다. 그는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한 가수이다. 인기란 그 만큼의 명예와 돈, 팬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음색이 맑고 창법이 독특하여 많은 팬을 갖고 있는 인기가수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죽었다.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그의 아내는 남편이 전깃줄로 자살했다고 증언을 했다. 이를 두고 MBC의 초년 기자가 용감하게 죽음의 원인을 살피기 위해 펼치는 희생적인 노력이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프로근성이 살아나는 대목이다. 무엇인가 평범하지 않아야 프로라고 생각한다.

TV에서도 자살이냐? 타살이냐를 놓고 방영된 바가 있고 지금까지도 그 원인을 놓고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단순한 등장인물과 배경, 구성 등이 단조롭고 스릴도 없어 영화치고는 흥미를 반감시켰다. 추석 당일임에도 관객이 예상보다는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쉬움 속에 찾은 두 번째 영화가 ‘범죄 도시’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10월에 개봉되었으며 “통쾌하게, 화끈하게, 살벌하게, 오늘밤 싹 쓸어버린다.”는 말이 무시무시했다. 표를 사거나 입장을 준비하는 관객들이 퍽 많았다. 밤 10시20분이 상영시각이었다. 5층의 8관 맨 오른편 뒷좌석이었다. 이미 좌석 수 132석 중 3분의 2는 찼다. 상영시각이 거의 되었을 무렵 132석은 전부 찼음을 알았다. 만석인 경우는 그리 흔하지는 않았다. 액션스타 마동석과 윤계상이 주연이었다. 주연이 누구냐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2004년 대한민국, 서울시 금천구의 한 동네를 뒤흔든 실제의 사건을 영화화했기 때문에 현실감이 한층 더 높았다. ‘오직 주먹으로 살아온 괴물 형사 마석도’ 역에 마동석, ‘난 그 돈 다 갚기 전까진 죽고 싶어도 못 죽는다.’는 장첸 역의 윤계상, ‘돈 앞에 자비가 없는 조직의 보수’로 무시무시한 많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영화가 현실과 매우 같다면 어떡할까? 영화는 그저 영화일 뿐이다.

2004년 서울, 중국 하얼빈에서 건너와 단숨에 기존 조직을 장악하고 도시일대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신흥범죄 조직의 악랄한 보스, 그가 장첸이다. 이미 서울은 초긴장상태이다. 목숨을 건 살인과 폭력은 뻔했다. 뺏고 뺏기는 긴장감, 내가 살려면 상대를 죽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공존이란 있을 수가 없다. 서울의 한복판인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폭력과 살인이 일어나는 무법천지였다. 여기에 국내 대형 조직 춘식이파 보스인 황사장 역의 조재윤은 “형님, 이거 내가 알아서 할랑 게 눈 좀 감아 주소!” 온몸에 소름과 공포가 휘감겨온다. 처음부터 끝까지가 폭력, 칼질, 살인, 온몸이 오싹해진다. 오직 돈과 주도권을 쥐는 것이 목적이다. 매일 매일의 삶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도 불안과 공포 속에서 헤어날 수가 없다. 매일이 범죄와의 전쟁이다. 하나의 조직이 죽으면 또 다른 범죄조직이 생겨난다.

경찰서의 강력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목숨을 담보로 과업을 달성해야 한다. 수시로 조여 오는 상부의 지시, 온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서의 기대치, 다행스럽게도 상인들의 제보와 협조로 범죄자는 소탕되었다. 특히 두목을 잡기 위해 펼쳐지는 스릴 넘치는 긴장감은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한 순간순간 마음을 졸이고 화면에 집중하였다. 지루함 없이 빨리 마침이 다가옴을 느끼며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휴우! 안도의 한숨이었다. 아무리 영화였지만 실제인 것처럼 가슴을 졸이며 집중하였다. 연기자체가 위험하기도 하고 실감나게 연기하는 배역진은 폭력과 더불어 칼질하는 방법을 별도로 한 달 이상을 익혔다고 한다. 폭력적인 영화는 자리를 뜬 순간 빨리 잊어버려야 한다. 끔직한 행동이나 모습을 오래 담아둘 필요가 없다. 영화를 본 후로의 삶은 ‘단순함’이다. 삶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우리의 영혼이 쇠하기 때문이다.

다문화시대에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부수적으로 범죄와 불법이 도사리고 있다. 예고 없는 살인사건, 불법적인 폭력, 강도와 성폭력 사건, 나라의 치안을 견고히 할 때이다. 영화의 주요 장소가 폭력으로 비쳐져 그 곳에 생활하는 주민의 사기가 말이 아니라고 한다.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자정노력이 남다르듯 법의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는지 잘 살펴서 법과 질서가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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