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을 따서 변산, 서정적인 고향의 정감이 물씬 풍긴다.

며칠 전 영화를 보았다. 보통은 밤 10시30분에 영통의 메가박스를 자주 찾는데 이번에는 초저녁 9시30분 영화였다. 도착이 늦어 영화는 시작된 터라 더욱 화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제목은 ‘변산’ 이었다. 시나리오를 쓴 김세겸 작가의 고향이 변산의 줄포라는 곳인데 그 지명을 따서 정했다고 한다.

영화 ‘변산’은 Sunset in My Hometown으로 이준익이 감독하였다. 주연에는 학수 역(박정민), 선미 역(김고은), 용대 역(고준), 미경 역(신현빈), 원준 역에 김준한 이었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빡센(?) 인생, 더 꼬이기 시작했다!“ 최악의 수난, 발렛파킹(Valet Parking, 대리주차) 편의점 알바 빡센 청춘을 보내지만 쇼미더머니(show me the money, 매년 기수별로 Mnet에서 열리는 힙합오디션) 6년 개근의 열정을 불태우는 무명의 래퍼 학수는 또 다시 예선 탈락의 인생 최악의 순간을 맞이한다.

▲ 해피앤딩은 곧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으로

학수는 결국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할 수 없이 잊고 싶었던 고향인 변산으로 내려간다. 짝 사랑 선미(김고은)의 꼼수(?)에 제대로 낚여 고향으로 강제 소환된 학수는 징글징글하게 들러붙는 옛 친구들로 인해 지우고 싶었던 흑 역사를 하나, 둘 떠올리게 된다. 하루 빨리 고향을 뜨고 싶었던 학수는 예측불허의 사건들로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고향이라고 해 준 것도 없으면서 발목은 드럽게 잡네!” 불평하는 학수의 이야기이다.

“인자부터 느그들 옛날 얘기 한번 씨불여볼까?” 선미의 당찬 외침이다.

영화 ‘변산’의 이준익 감독은 “지금껏 눌려있던 것들을 모두 깨고 싶은 열망이 있었다. 세상을 이겨내는 청춘들의 진솔하고 유쾌한 모습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했다.

내 고향은 가난해서 보여줄 것은 노을 밖에 없네. 내 고향은 폐항, 어렸을 적 순수한 모습을 추억으로 하자는 거죠. 첫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첫 사랑했던 그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첫 사랑을 했던 나 자신의 지독한 순수함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 학수(박정민)와 선미(김고은)의 달콤한 입맞춤

선미는 학수의 아버지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다급하게 학수에게 전화를 했다. 선미는 오랜 동안 자신의 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한 병원에는 학수의 아버지도 환자로 입원해 있다. 효심이 지극한 현모양처형의 선미가 클로즈업된다. 학수의 아버지, 그는 놀음과 술로 돈을 날리고 조강지처마져 죽어 이별하였다. 나이 먹었지만 아직도 철이 나지 않아 개 버릇을 못 고치고 있다. 이러한 아버지에 대해 학수는 반감과 엄청난 저항감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짝사랑의 선미의 연기가 돋보인다. 포기를 모르는 선미, 학창시절부터 학수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학수를 찾아 서울로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노을 때문에 고향을 지키는 선미를 보며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줄거리에 다소 무거운 소재 즉 가족관계, 죽음, 추억 등 중간 중간 개그요소와 랩을 통해 지루할 법한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몰고 가고 있다. 추억을 과대 포장하여 아쉬움이 있는 대목도 있다.

이 영화는 유쾌한 이야기 꾼 이준익 감독의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이다. 박정민의 통쾌한 랩, 김고은의 찰진 사투리가 예사롭지 않다. 잊고 싶은 흑역사에 맞서는 대한민국 청춘들의 이야기, 눈과 귀를 사로잡는 스웩(Swag,힙합을 하는 뮤지션이 잘난 척하는 것) 넘치는 음악과 로케이션, 힙합 마스터들의 특급 카페오 출연, CG없는 풍광의 다채로운 볼거리가 우리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다. 서정적이며 고향을 다시 한번 그리워 보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는 끝났는데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았다. 당신의 청춘은 개완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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