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었다. 1월 말까지만 입산가능하다는 말에 젊은 지기들과 갑자기 의기투합해 가보고 싶다던 인제 자작나무숲으로 향하게 되었다.

겨울철 강원도는 춥다는 인식이 있어 어떻게 입을까 고민하다 평상 입었던 대로 등산화를 신고 가볍게 떠났다. 그러면서도 한편 추우면 어쩌지?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오전에 앞이 뿌옇게 보여 미세먼지? 아니었다. 안개였다. 날씨가 산에 오르기 꼭 좋은 날씨였다.

아침 출근길의 교통체증 생각하고 8시경 수원에서 출발했다. 어찌어찌 가다보니 3시간가량 걸려 도착했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가니 자작나무 숲까지 2.7km 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 자작나무 숲 안내도

인제 자작나무숲은 입장료 없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초입에는 완만한 오르막길로 이어지나 경사진 오르막이라 호흡을 조절하며 걸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야자매트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미끄럽지 않다. 올라갈 때는 조금 더웠지만 내려올 때는 추웠다. 올라가는 길이 잘 정비 되어 있었다. 간혹 좀 미끄러운 데가 있기는 하지만 길옆으로 있는 밧줄을 잡고 오르내리면 비교적 걷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아! 장갑은 하나 챙기는 것이 좋겠다.

▲ 눈이 깔린 자작나무 숲

올해는 눈이 별로 오지 않았는데도 길을 따라 올라가니 그래도 역시 강원도 산간이다. 흰 눈이 많이 보이고 하얀 빛깔의 옷을 입은 자작나무와 어울려 새롭고 황홀한 경치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일정을 끝내고 우리는 돌아오는데 눈이 온다는 예보다. 그리고 2월말 까지 입산이 가능하다는 소식도 들었다. 아쉽다. 그럴 줄 알았으면 며칠 뒤에 오는 건데...

자작나무는 기름기가 많아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타기 때문에 자작나무라는 이름을 붙었다.

온갖 나무 사이에서 순수함과 정열을 잃지 않고 고고한 자태를 간직하며 살아가는 백옥같이 하얀 자작나무는 한국과 북유럽에 분포하며 키는 20m이상 자란다. 숲의 여왕이라 불리는 이 자작나무 원산지가 한국이란다.

멀리서 바라보면 온갖 나무들 사이에 백옥과 같은 빛을 발하는 이 새하얀 나무는 사계절 언제 보아도 좋겠다. 특히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난 지금 순수하고 고고한 아름다운 자태에 흰 눈을 안고 뽐내고 서 있으니 더욱 황홀하다. 이곳 인제 자작나무숲은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인정받았고 특히 겨울철 여행명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원래 원대리는 소나무가 주를 이뤘으나 솔잎 혹파리의 피해로 나무가 잘려나가고 산림청은 그 자리에 자작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38ha에 자작나무 690,000본을 조림하여 지금의 '자작나무 명품 숲'으로 조성됐다.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12년 이다.

흰 눈과 새하얀 나무의 조화는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니라 더 시리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느껴졌다.

▲ 통나무집 앞에서 한장

'자작자작' 나지막이 속삭이는 자작나무의 비밀한 속삭임, 수피가 하얗다 못해 은빛을 낼 정도로 살결이 뽀얀 나무. 그래서 '숲속의 귀족'이라고 불리는 나무가 바로 자작나무다.

숲으로 가는 길은 1시간 20분 코스 3.2km 구간의 원정임도와 1시간 코스인 2.7km 구간 원대임도 두 길이 있다. 자작나무 숲 안에 탐방코스가 연결되어 있다. 등산로는 1코스부터 4코스까지로 자작나무숲코스, 치유코스, 탐험코스, 힐링코스로 구분되어 있다. 겨울에는 1코스만 진입이 가능하다.

이용기간은 겨울에는 12월 16일~1월 31일 까지 09:00~17:00까지 입산 가능이지만 오후 2시까지 입산이 허용되고 오후 5시까지는 하산해야된다.

▲ 하늘을 향해 쭉쭉뻗은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나무껍질이 아름다워 주로 정원수, 가로수, 조림수로 심는다. 목재는 가구를 만드는 데 쓰며 한방에서는 나무껍질을 백화피(白樺皮)라고 하여 이뇨·진통·해열에 쓴다.

자작나무는 줄기의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지고 얇아서 종이로 한지로도 사용됐다. 껍질은 거의 기름기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썩지 않으므로 신라시대의 고분 속에서 자작나무 껍질에 글자를 새겨 놓은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옛날에는 자작나무껍질에 불을 붙여 촛불을 대신했다고 한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서 조각재로 많이 쓰이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국보 팔만대장경의 일부가 이 자작나무로 만들어져서 그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벌레가 먹거나 뒤틀리지 않고 현존하고 있다.

비교적 공해에는 약하지만 넓은 공원에 심어 놓으면 초봄에 연녹색 잎이 피어날 때나 하얀 나무줄기가 더없이 좋아 조경 가치가 큰 나무다.

자작나무숲에서 순백의 세상을 힐링하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인제 소양호에서는 '빙어축제'가 열리고 있으니 얼음낚시도 즐길 수도 있어 가족, 연인들과 찾기에 좋겠다.

함박눈이 오고난 뒤에 이곳을 찾으면 더욱 좋겠다. 눈을 밟으면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와 함께 햇볕아래 끝없이 펼쳐지는 반작이는 순백의 설경을 만끽하겠지? 말로 표현 못할 무아의 경지가 될 것 같다.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꽃말을 가진 자작나무 숲이 우리를 늘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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