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벽화마을 대안공간에서 만나요, 박자울 개인전

▲ 행궁동 벽화마을 대안공간.

행궁동 벽화 마을에 위치한 예술공간 봄은 1980년대 지어져 방앗간, 오락실, 건설 사무소, 가정집으로 쓰이던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하여 2014년에 문을 열었다. 개관 이후 2018년까지 대안공간 눈의 기획으로 총 175회의 전시를 해 왔다.

2019년부터 자체 전시공모를 통해 전시를 하고 대중 속으로 함께 하기 위해 행궁동 예술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임영준 개인전은 ‘도나우 강’ 풍경전으로 지난 30일부터 5일까지 전시됐다.

▲ 모두의 개 그림책, 8월에 박자울 작가.

7일부터는 ‘박자울 개인전’이 시작됐다. 이달 19일까지 열리는 개인전은 그림책인 ‘모두의 개’ 원화전 ‘모두의 개, 모두에게(The dog of us all)’였다. 약 30여점의 동화적인 그림들이 좁은 여러 공간이 소박하게 전시되어 눈길을 끌었다. 벽면의 그림 한 장 한 장 모두가 개 그림이었다. 작가를 쉽게 만났다.

박자울 작가는 미대에서 공예를 전공하였고 졸업한 후 회사에서 얼마동안 디자인 업무를 하다가 적성이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 두었다. 새로운 좋아하는 일을 찾던 중 우연히 버려진 유기견을 보고 가엾다는 동정심이 생겼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되었으나 하루 만에 혼자 택시에 태워 다시 버려진 치림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그림 책이 ‘모두의 개’이다.

▲ 금방 달려올 것만 같은 웰시코기의 치림이.

작가는 우연히 다시 유기견이 되었던 치림이의 임시 보호자가 되었다가 실제 입양을 하게 되었고 그 속에서 느꼈던 감정과 이야기를 치림이의 입장에서 그림으로 담았다. 지금도 많은 유기견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죽어가며 방치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작가에게는 커다란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림은 작년 여름부터 샘플 작업을 하고 겨울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첫 작품 전시이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매우 진솔함이 엿 보였다. “몇 번을 고쳐 그리고 고민했는지 몰라요. 표류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무엇을 전하겠다는 마음은 계속 같았어요.” 작가는 그림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개를 향해서는 넌 우리보다 “빨리 늙을 거고 걷기도 힘들어지는 날이 오겠지만 죽음을 맞을 네 마음에 널 버린 인간들로 새겨지기는 싫다”는 글이 ‘모두의 개’ 본문 편지에 나온다.

▲ 토실토실한 반려견인 강아지 그림(반려견과의 공존은 이렇게).

거의 모든 작품이 옅은 수채화 작품으로 표현의 다양성이 엿보였다.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에서 느껴지는 온기 가득한 그림과 마지막에 솔직하게 쓴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개에게!’ 라는 작가의 편지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유기견의 실제의 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사람에게 버림 받았고 다시 입양하면서 겪게 되는 개의 마음을 가늠하면서 개와 사람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작은 테이블 위에 모두의 개 책이랑 그림 엽서들, 그리고 안내글이 써 있었다.

▲ 개의 모습을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표현했다.

방명록 외에 달려오는 치림이 그림을 보고 뱃지에 그림을 그려 기념으로 전시해 놓은 것도 있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넘치는 애교로 사랑받는 웰시코기도 인간의 욕심으로 꼬리가 잘려 나가고 있다”고 작가는 안타거운 마음으로 말하기도 했다. 수채화 그림을 보며 반려 견 치림이 와의 일상들이 고스란히 담겨지는 듯 평온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다양한 감정이 깃든 그림의 개들이 무척이나 매우 다정다감하게 다가왔다. 아파트에서 보더콜리를 기르는 것, 비용목적으로 강아지 꼬리를 자르는 것 모두 간접적인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작년 반려견 강좌에서의 강의 내용이 머리에 떠 올랐다. 동물학대는 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주인의 무지로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없거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자비한 사육 역시 학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별히 반려견을 좋아하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관람하며 유기견이나 반려견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매우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코로나 19의 위험은 있지만 준비를 단단히 하고 관람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 가장 충직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개에게서 역시 배울 점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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