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버려지는 것들

2021년 3월 2일부터 3월 21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생명 그리고 생명’ 전시가 열린다.

지나는 길에 우연히 들린 미술관에 왼 횡재냐.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큰 미술전이었다. 21일까지 전시하는 ‘생명 그리고 생명: 쉽게 버려지는 것들’이다. 미술관에 들어서자 눈에 들어오는 다양한 작품들이 나를 놀라게 했다. 19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전시회이다. 작가들의 활동이 학연이나 나이, 남녀 등의 어떤 틀에 묶여 있지 않다. 나이나 전공하고 있는 장르가 다양하다. 그래서 더욱더 폭넓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20대에서 60대까지 모였다. 작가들 사이에서 서로 연대 활동을 하게 된 것 같다.

▲ 심정아 작가의 4월의 바닷가에 서 있는 천사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예술가들이 모여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시를 보면 알 수 있다. 생명에 대해서 전시를 했다. 2014년 Art 제안은 ‘가장 높은 미술관, 가장 낮은 이야기’라는 전시에서 자본주의 횡포를 비판하고 우리들이 쉽게 팽개쳐 버린 삶의 소중한 것들을 이야기했다. 2015년에는 ‘생명 대 생명’이라는 전시를 기획했다. 우리 삶에 가장 큰 가치, 생명 호소와 함께 자기성찰적인 전시를 발표했다. 이 두 전시의 공통 주제는 생명의 존엄이었다. 다시 Art 제안의 행보는 일본 위안부 여성의 인권회복에 대한 메시지에 참여하면서 생명의 존엄성을 더욱 강조하였다. 예술가의 역할이 무엇인가? 같이 고민하고 규정지은 것이 무엇인가? 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결론을 짓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역할은 질문을 던진다는 데 목적을 가지고 서로 질문을 주고받고 생각을 나누고 그렇게 해왔다.

▲ 정경미 작가의 흘려보내는 자 : 영원의 돌림노래, 50년의 긴 수렁에서 다시 살아났다.

“Art 제안의 2021년, 전시의 주제와 논의하고자 하는 화두는 또다시 ‘생명’이다. 인류의 대과제인 ‘생명존중’에 대하여 발언한다. 그것은 물론 미학적 담론은 아니다. 인간의 삶의 지속성과 가치에 대한 지극히 크고도 작은 외마디이다. 그것이 비록 직접적인 대안은 아닐지언정 대안을 끌어낼 세계관의 변화이기 위한 지성과 감성의 울림이 되고자 Art 제안은 이 전시를 기획한다. Art 제안 작가와 함께하는 예술인들을 통해 시대와 자신을 성찰하고 지워지지 않을 감동으로 모두의 기억에 역력히 새겨 보기를 소망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 정경미 작가

전시 내용을 보면 전시실마다 소주제를 가지고 있다.

생명 그리고 생명 - 쉽게 버려지는 것들

Art 제안 8

1전시실 - 생명 그 존엄함에 대하여

정예랑, 양지희, 하민수, 신영성, 허은영, 심정아, 정경미, 김리윤, 황선영, 조혜정, 김현희

2전시실 - 버려지는 것들

장지은, 강민주, 김동욱, 민철홍

3전시실 - 함부로 태어나는 것은 없다.

김수향, 신원정, 주랑, 최대위 이상 19명의 미술가가 전시를 열었다.

조혜정 작가의 마사이 혹은 므리바

므리바라는 단어는 인간의 다툼과 불평이 배경이다. 작가는 생명의 물이 출발한 장소로 동양의 산처럼 신비하게 보이도록 그렸다. 자연의 숭고함을 담는다.

▲양지희 작가의 눈 오는 지도 - 정말 너는 잃어버린 역사 처럼 홀홀히 가는것이냐?

보이는 젓처럼 아름답지 못한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군홧발에 끌려가는 작은 여인들의 발자국이 있다. 끌려간 이들에 비해 돌아온 이들은 너무나도 적다.

▲ 김현희 작가의 무제.

불안정하고 정체성을 잃고 부유하는 인간의 것에 질문하며 버려진 것과 철사로 입체 소묘 하며 미로 속에서 길을 찾고자 한다. 힘없이 버려진 것들 속에서 가치의 소중함을 지켜지길 원하며 생명이 움트길 기대한다.

▲허은영 작가 나와 너, 생명의 교감 전시 장면-사진 프린트, 스펀지, 천, 철사, 실, 투명 아크릴 외 설치 및 음향.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을 박탈당한 무력한 존재들을 떠올리며 우리가 과도한 희생을 담보로 얻어내려던 유익함의 이면에는 미처 헤아리지 못한 고통이 가득하다. 그 덕분에 가능했던 것들을 생각하며 ‘나와 너’의 관계적 사고를 통해 생명의 가치에 대한 교감을 나눈다.

▲ 심정아 작가의 Crying Eyes-눈물의 온도, 눈물의 무게 / 천에 자수와 인두 소묘.

4월의 바닷가에 서 있는 천사이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 슬퍼서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지는 울고 있는 눈을 표현했다. 눈을 커다랗게 그린 것은 충분히 울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봄비가 내려야 싹이 튼다. 여름비처럼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야 새로운 생명이 싹 틀 수 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있던 것을 참았던 눈물인데 그 참았던 눈물이 정말 뜨거운 눈물이다. 눈에서 떨어진 눈물을 무거운 불꽃으로 생각했다. 충분히 흘려져야만 새로운 생명이 싹 틀 수 있다. 그런 의미이다. 슬픈 얼굴인데 차마 자기 얼굴을 보여 주지 못하고 해서 뒤에 크게 눈을 표현했다.

4월의 바닷가에 서 있는 천사 - 천 개의 바람이 되어 / 천에 자수와 인두 소묘

세월호 참사로 생명을 잃은 아이들 당신을 깨워 줄게요. 당신을 지켜 줄게요. 내용이 너무 슬프니까 소라껍데기 뒤집어쓰고 있다.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수놓았다. 그림의 좌우에 보면 한 부분에는 영어로 다른 한 부분에는 한글로 글을 써 내려간다.

 

▲ 하민수 작가 거울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았는가?/ 천위에 바느질.

성공과 성장을 위해 경쟁 사회를 부추겼던 자본주의의 횡포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거나 쉽게 팽개쳐버린 삶의 소중한 것들은 없는지 과연 우리는 일그러진 개인과 사회의 모습에 대하여 반성과 성찰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진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 김수향 작가의 풍경들 - 시작, 캔버스에 아크릴.

풍경화를 그린다. 추상적으로 자연 이미지를 수집해서 자신만의 생각을 담았다. 추상적인 이미지로 변환시키면서 화면 안에서 재구성하고 하나의 풍경으로 만들고 있다.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자연 풍경을 소제로 재구성을 하고 재조명을 했기에 풍경화라고 말하고 싶다. 라고 작가는 말한다.

▲ 정예랑 작가의 Bowing Coral Reef.

바닥에는 끝도 없는 산호 밭이 펼쳐져 있다. 거센 조류에도 꺾일 듯 꺾이지 않은 수많은 가지 끝은 모두 수긍하듯 한쪽으로 바닥에 누워있다. 마치 다른 세상처럼 평온해 보인다. 엉키고 꺾이는 반복 끝에 자란 단단한 뿌리는 자리를 잡고 다른 생명을 지탱해 준다. 그 모습은 그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존재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것과도 같다.

수원 미술전시관은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에 위치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공동 취재: 손순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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