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여러 가지 서러움이 있지만 배고픈 서러움 만큼 더한 서러움은 없을 것이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나 나이가 들어 살아온 날들보다 떠날 날이 가까우신 분들에게는 이 배고픈 서러움이란 차라리 죽는 것이 더 좋을 만큼 크나큰 서러움 일 것이다.

가난해서 배가 오랫동안 고프고 보면 인격도 체면도 멀리 사라지고 만다. 옷이 좀 더러워 져도 얼굴에 무엇이 좀 묻어도 그저 배만 채울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어릴 때의 일이다. 여동생의 재산을 외삼촌의 무분별한 사업 영향으로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져서 고등학생인 나를 부산에 두고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어려운 가세에도 하숙을 하게 되었고 바느질로 생계를 이어 가시던 어머니의 어려움으로 하숙비를 제때에 낼 수 없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되면서 나의 배고픔은 시작 되었다. 한번 두 번 정도는 하숙집 아주머니의 인정으로 넘어 가는데 이런 일이 자주 계속되면서 이 아주머니의 인정도 한계에 달하게 된다.
어느 날 하는 수없이 하숙집을 쫓겨 나게된 나는 하늘 아래 갈 곳이 없게 된다. 할 수없이 교회에 들려 울며 기도하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울고 있는 나를 목사님께서 일으켜 세우시고 밥을 주시고 해서 몇 번의 서러움을 넘길 수 있었다. 이런 일 이 계속 되면 서 내 형편을 모두 알게 되고 친구들과 전도사님들의 관심 속에 살게 되었다.

얼마나 부끄럽던지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았지만 여전도사님들의 위로와 관심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살아갈 수 있었다.

문제가 겹쳐서 터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공납금을 내지 못하니 결국은 등교 정지를 당하게 되었다. 나는 무슨 배짱에서인지 학교를 계속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학교에 뭐 먹을 수 있는 것이 있겠는가. 배고픔은 수도 물로 달랠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이런 어려움이 계속될 때 교회 전도사님의 도움으로 가정교사로 입주 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고3 학생이 고3 여학생과 중3 남학생을 맡아 가르치게 되었으니 배고픔과 돈 문제가 해결이 되니 내 학업이 문제가 되었다. 내 입시 준비는 고3 학생을 가르치니 그것으로 어느정도 해결이 되나 중3까지 가르치는 데는 어쩔 수없이 내 공부에 소홀할 수 밖에 없었다. 중3학생에게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를 시키니 배우는 학생도 큰 부담이요 가르치는 내게도 큰 부담이었다. 그래도 영어와 수학 과학에서는 좀 높은 수준의 문제를 가르치니 중3의 좀 낮은 수준의 문제는 학생이 스스로 해결해 주어서 천만 다행이었다.
그러나 사회, 역사는 따로 공부를 시키지 않을 수 없어 억지로 읽히고 외우게 해서 지나가지만 진도가 문제 였다. 이렇게 억지로 가르친 것이 오히려 내게도 도움을 주어 역사와 사회공부를 더하지 않고 대학입시를 치룰 수 있어서 지금도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게 된다. 이런 어려움 중에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날 저녁예배 때 설교 제목이 배고픈 자의 설움이란 제목이 주보에 실렸다. 그땐 배고픈 서러움을 나만 당하고 사는 때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 설교에 감동하고 눈물짖는 교우들이 참 많았다. 그중에 지금은 목사님이 되어 인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정 모 라는 학생이 있었다. 이학생의 배고픈 서러움을 이 설교자는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이 학생의 서러움이 설교의 배경이 되었던 것인데 난 내얘기를 강단에서 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이 설교자를 얼마나 미워했던지. 나중에 이교역자께서 내게 말씀을 해 주셔서 오해는 풀게 되었지만 그때의 마음으로는 다시는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 목사님 그 사건이 얼마나 마음 에 걸리셨던지 간암으로 소천을 하실 때 나를 별도로 부르셔서 유언으로 말씀하기 까지도 하였다.

 우리 광교노인복지관에서 내가 봉사하면서 잠시 형편이 여의치 못한 세대에 도시락 배달을 한 경험이 있다. 이것도 내 어릴 때의 경험 때문에 시작한 일인데 내가 도시락 배달을 하는 세대 중 두세집 정도는 정말 형편이 어려운 듯했다. 아마도 이 도시락 한개로 하루를 사시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되었다. 이 노인 중에 한 분 어른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이 많은 내가 도시락 배달을 한다고 내가 너무 불쌍하다고 내게 차라도 한잔 꼭 대접하겠다고 우기시는 통에 잠시 댁내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 이 노인 집안 싱크대가 조리를 했던 흔적이 전혀 없는 것을 보고 너무도 충격을 받은 경험이 있다. 이도시락 배달이 더 정성스럽게 계속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기자는 우리나라에 아직도 끼니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상당 수 있다는 보도에 맘이 무척 아프다.

 어서 이들에게도 이런 서러움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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