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닥터

2016년 11월(23~25)일까지 3일간 평생교육문화축제가 수원광교노인복지관에서 열렸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도 어르신부터 유모차 자가용 부대까지 400여 주민들이 홀을 가득 메웠다.

오늘 공연되는 연극 "굿 닥터"는 미국의 인기 극작가 닐 사이먼이 러시아의 대 문호 안톤 체호프에 대한 존경의 마음으로 그의 작품들을 모아 각색한 것이다.'좋은 의사’ 라는 뜻의 굿 닥터는 원래 의사였던 체호프를 지칭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체호프가 젊은 시절에 썼던 꽁트들을 모아 각색, 편집한 것으로 생의 단면들이 약간의 과장과 반복을 통해 때로는 비틀어진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정도여서 아주 재밌다. 큰 웃음을 주는 극이며, 보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엔 아픔이 내재 되어 있다. 그 아픔은 결코 가볍거나 경박하지 않아서 은근하고 깊게 느껴진다.

공연이 끝나고 잔잔한 감동을 안고 나올 수 있다는 점,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완성도가 높은 훌륭한 코미디의 자격을 갖는 것이다.

옴니버스 형식의 극으로 닐 사이먼은 체호프가 만들어 낸 인물들을 작가 체호프를 통해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하며 극을 진행한다. 각기 다른 이야기 같았던 극들은 어쩌면 삶이라는, 인생이라는, 그래도 또 하늘을 쳐다보고 살아가보자고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주지만 극이 끝나고 나면 왠지 애잔한 그리움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인물들이다. 그렇게 각 캐릭터들은 인상 깊고 친근하게 기억될 것이다.

이 극은 프롤로그와 4장으로 구성됐다.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이는 작가로, 그는 장과 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첫 번째 이야기는 극장에서 벌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가는 창작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왔다면서 극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인 1장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심한 하급 공무원 이반 일리치 체르디아코프는 어느 날 <털 난 백작 부인>이라는 공연을 보러 갔다가 장관을 만나게 되고, 그의 뒷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다가 장관의 머리에 재채기를 하게 된다. 장관의 머리에 재채기를 한 것이 자꾸 신경이 쓰이는 이반은 그 다음날 장관을 찾아가 사과를 하고, 장관은 이를 받아들인다고 한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반은 장관이 진정으로 자신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믿지 않게 되고, 다시 또 장관을 찾아간다. 이반은 과연 장관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이 외에도 이 극에는 아들의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아 여자 경험을 하게 해주려고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또 희대의 카사노바 피터는 오로지 유부녀만을 유혹하는가 하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먼 곳에서 사흘 밤낮을 걸어 배우 오디션을 보기 위해 온 소녀의 이야기도 나온다.

어떻게 보면 어이가 없고, 이상하고, 또 평범하기도 한 이들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우리는 어느새 우리와 똑같은 그들을 만나게 될 것이고, 작품을 보며 울고 웃다가 극이 끝날 때 쯤이면 찡한 여운과 함께 힐링이 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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