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삶의 의욕저하

▲ 노인들의 일상(출처:pixabay)

살아오면서 요즘 같은 기분을 느끼기는 처음이다. 뇌졸중 이후 몸이 불편해 지면서 모든 의욕이 저하되고 살아가는데 기쁨이 없고 활력이 없다.

이렇게 지루하게 살 것 같으면 차라리 일찍 떠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가족이나 주위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처음 얼마 동안은 섭섭하기도 하겠지만 얼마 시간이 가지 않아 모두 일상으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고 나의 빈 자리를 느끼지 않을 것도 같다.

'내가 스스로 내 삶을 정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기는 하는데 신앙적으로나 아직 내가 생의 애착을 갖고 있어서 인가?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제일 미안한 사람은 집사람이다. 지금까지 나를 위해 살아준 그녀의 삶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플 때 마다 헌신적으로 날 돌보아준 당신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내가 살아가면서 당신에게 이 감사를 다 갚을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요즈음은 내가 깜박 깜박 실수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럴 때마다 당신의 역정 섞인 핀잔을 듣는 것이 이젠 무섭다. 안 그럴려고 노력해도 도무지 되질 않는다.

화장실 전등 안 끄기, 방 지저분하게 어질러 놓고 안 치우는 것, 옷장 서랍 어지럽게 해 놓는 것, 계획성 없이 돈 쓰기, 내게 돈 달라고 해봐야 아무 쓸 데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수입 없이 지내는 것이 밉기까지 할 것인데 나는 또 돈 생각은 안 하고 무엇이던 옛날 같이 쓰고 살아가는 것, 미운 짓만 골라서 하고 있다.

내가 나를 어떻게 통제 해야 하는지, 내가 나를 모르겠다. 옛날 생각에만 사로 잡혀 있는 내가 점점 미워진다.

요즘은 큰 놈, 작은 놈, 딸, 손자, 손녀. 모두가 나에게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참으로 서운하다. 뭘로 회복할 방법이 없다. 내게 돈이라도 왕창 생기면 저들에게 인심이라도 후하게 쓰고 싶은데 도무지 그럴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만 하다.

경제력이 없다는 것 참으로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병원에 가는 것, 약 사먹는 것,내가 전립선 암이 재발된 환자여서 약값이 여간 들지 않는다. 차가 없으면 혼자 아무데도 갈 수 없은니 한 달 연료 값만해도 상당한 금액이다. 집사람, 딸아이, 큰놈 모두 차를 없애고 버스를 타란다. 그런데 버스 정류장 까지 걸어 가는 것은 뇌졸중 이후로 내게 참 힘든 일이다.

더욱이 버스 노선을 잘 몰라 잘 못 타는 경우가 몇 번 있고 또 버스에서 내리다 앞으로 쓰러진 일이 있고 부터는 버스 타기가 겁까지 난다.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가 내차를 운전하는 것에 대하여 상당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다리에 힘을 올리려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걷기도 열심히 걷는 데 도무지 걸음걸이가 좋아지질 않는다. 어찌 무슨 방법이라도 있으면 꼭 걸음걸이를 회복하고 싶다. 그래서 옛날처럼 등산도하고 수영도 하고 싶다. 수입을 좀 만들고 싶은데 도무지 방법이 없다. 국민 기초연금 조금하고 사회공헌 일자리에서 나오는 것을 합하여 삼십만원 조금 넘으니 그것으로 한 달을 지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가끔 딸애에게 돈이 모자란다고 연락을 할라치면 핀잔이 정말 대단하다. 이 노릇을 정말로 그만하고 싶다. 돈이란게 정말로 사람 자존심을 상하게 만든다. 이 자존심 상하는 것이 나를 스스로 못 견디게 만든다. 무슨 일을 하든지 돈이 조금씩 들어가니 뭘 새롭게 시작할 수가 없는 것이 나를 더 못 견디게 만든다.

큰 애가 건강이 좋지 못해서 영주로 한번 꼭 가 보고 싶은데 왕복 경비가 너무 대단하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가면 왜 왔느냐는 핀잔을 받을 것이 뻔 하고..... 큰 손자는 곧 군에 간다는데 그놈이 참 보고 싶다. 제가 알아서 한번 와 주면 참 좋으련만......

오늘 따라 더욱 나의 노년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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